朴대통령 국회방문 120분.. "테이블 작아 오순도순"…"통즉불통"
by박수익 기자
2014.10.29 16:57:10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29회 국회(정기회) 6차 본회의에서 201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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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정다슬 강신우 기자] 29일 국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5부 요인 및 여야지도부 티타임 △예산안 시정연설 △여야지도부 회동 등 3가지 일정을 약 120분간 소화했다. 이번 국회 방문은 지난해 9월 3자 회동과 11월 시정연설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 국회에서는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경찰 병력이 둘러싸는 등 긴장된 분위기도 연출됐다.
오전 9시 42분께 국회 본청에 도착한 박 대통령 시정연설 직전 15여 분간 정의화 국회의장 등 5부 요인, 여야지도부, 국회부의장단 등과 사전 비공개 환담을 가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환담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이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두 번이나 맡은 것을 보니 당내에서 신뢰가 높은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자, 문 위원장은 “그게 아니라 (몸이) 비대해서 비대위원장을 했다”고 답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정치에는 유머가 반드시 필요하고, 정치인들이 외국처럼 유머를 하면서 웃어가면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담을 마치고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여야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선 채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어진 약 40여 분간 진행된 시정연설 동안에도 총 28차례의 박수가 나왔다. 연설 도중 박수소리는 대부분 여당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이 앉은 자리에서 나왔고, 야당의원 중에서 박수치는 이는 드물었다. 다만 야당의원들도 5~6명을 제외하면 모두 본회의장에 앉아 경청했고, 특히 문희상 위원장은 펜을 들고 꼼꼼히 적는 모습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연단 좌우에 하나씩 설치된 투명 프롬프터(연설원고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장치)와 본회의장을 번갈아 보면서 연설을 이어갔고, 마지막 대목인 “대도약으로 다시 한번 높이 비상할 수 있을 것”이란 부분에서 가장 힘을 주며 강조했다. 또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며 일부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했고, 본회의장 맨 앞줄에 앉은 야당의원 5명도 기립한 채 대통령과 악수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때는 야당의원 1명에게 악수를 청했고, 해당 의원도 앉은 채로 악수에 응한 것과 대조적 모습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지도부가 2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윤선 정무수석,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 우윤근 원내대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박 대통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기춘 비서실장.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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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 직후 국회 귀빈식당 별실에서 진행된 박 대통령과 여야지도부 6인(각 당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의 회동은 약 60분간 이뤄졌다. 회동 장소에는 지름 2미터 가량의 원형테이블이 놓였고, 박 대통령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야당지도부와 조윤선 정무수석, 왼쪽에 여당지도부와 김기춘 비서실장이 앉았다. 애초 좌석배치는 대통령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여당, 왼쪽에 야당이었지만 회담 시작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제안으로 여야의 자리를 맞바꿨다.
박 대통령은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라고 테이블을 줄인 것 같다”며 “테이블이 조그만 해서 오순도순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음을 열고 좋은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면 해결 못할 일도 없다”고 했다. 이에 문희상 위원장은 “직접 시정연설을 해주셔서 고맙다. 잘하신 일”이라며 “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못하면 곧 아픔)이란 좋은 말이 있는데, 오늘 같은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 덕담만 오가지는 않았다. 문 위원장은 시정연설때 박 대통령이 경제 문제를 강조한 것을 언급하며 “‘초이노믹스’라고 하는 최경환 부총리식 경기부양책은 우려된다. 듣기 거북하더라도 얘기를 많이 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사이버감청 논란 △담뱃값 인상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룬 대화가 오갔다.
한편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 도착하기 전부터 국회 본청앞 계단 좌우로 ‘세월호의 진실 못 밝히나요 안 밝히나요’ 등의 피켓 20여 개를 든 세월호 유가족들이 모여 있었고, 경찰과 청와대 경호실 등이 이들을 둘러싸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탑승한 차량이 국회 본청 2층 계단에 도착하자 유족들은 “여기 좀 봐주세요. 대통령님” 등을 외치며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과 여야지도부회동을 마치고 국회 본청을 퇴장할 때도 피켓시위를 하는 유가족들과 마주쳤지만 별다른 반응 없이 지나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여야지도부회동에서 “오시다가 혹시 (세월호) 유족들을 못 보셨나. 자주 좀 보듬어달라”는 문희상 위원장의 요청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