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법카, 1만원도 사적으로 안 써…임명되면 정치 중립 지킬 것"(종합)
by임유경 기자
2024.07.24 17:00:09
24일 국회 과방위서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열려
"골프장·특급호텔서 결제"vs"열심히 영업 활동했을 뿐"
극우 성향 SNS 글에 대해 "자연인일 때 일" 해명
"임명 후 해외 OTT 망사용료 살펴볼 것" 예고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집중 제기한 MBC 재직 시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사적으로 1만 원도 안 썼다”고 일축했다. 과거 소셜미디어(SNS)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올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연인일 때 올린 글로, 공직자가 된다면 중립을 지키겠다”고 해명했다. 취임 후에는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망사용료 부과를 검토하는 등 급변한 미디어 환경을 고려한 정책 마련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고, 이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방송·미디어 전문성 등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인사말을 통해 방통위원장에 임명된다면 △미디어 신뢰 회복 △낡은 미디어 규제 개선 △디지털서비스 이용자보호 등 3가지 부문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미디어 신뢰 회복과 관련해서는 “공영방송은 편향성 논란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공영방송이 이름에 걸맞게 역할을 재정립해 공영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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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시작하자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법인카드 유용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MBC 본사 보도본부장 및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를 사용 기준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본부장 시절 호텔 결제만 5000만 원을 했는데, 주로 5성급 특급호텔에서 썼다. 대전 MBC 사장 시절에도 골프장에서 2000만 원이나 결제하고 서울과 대전백화점에서 30번 넘게 결제했다”며 “공영방송 간부인데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쓰는 것은 국민들이 용납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황정아 의원도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후보자가 토요일 일요일에 쓴 법인카드 사용 내역 만 342건이고 8500만 원에 달한다”고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사장 업무의 90% 이상이 광고와 협찬 유치”라면서 “제가 부임한 3년간 대전MBC 영업실적은 15개 지역사 중에서 2015·2016년 2등, 2017년 1등을 했다. (골프장 등의 결제 내역은) 열심히 영업 활동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말 법인 카드 사용에 대해선 “토요일·일요일이 따로 없이 일했다”며 “이 역시 정상적인 영업 활동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가 과거 SNS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활동을 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황정아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 혐오 글에 ‘좋아요’를 누른 맥락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훈기 의원은 “이 후보자가 MBC는 시청을 거부하고 광고를 주지 않는 식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며 “독재정권에서나 하던 일을 하려는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5.18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대해 “아는 사람의 글에 무심코 ‘좋아요’를 누른 것”이라며 “앞으로는 공직에 임명된다면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를 표시하는 것에도 조금 더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MBC 광고 탄압 지적에는 “MBC가 공영방송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되면 이런 방법도 있다고 방법을 열거한 것이지, 광고를 주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자연인일 때 올린 글이며, 앞으로 공직에 임명되면 철저하게 중립적으로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과거 발언들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야당의원들 말에는 “사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여당은 이 후보자의 종군기자 경력과 여러 특종 보도 등 전문성을 언급하며 방통위원장으로 적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는 유리천장을 뚫었던 여성 언론인으로 방송통신위원회도 새롭게 진작시킬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중동전 때 종군 기자로서 특종을 많이 했는데, 누구누구 인터뷰를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무암마르 카다피 당시 리비아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장기구 의장을 인터뷰 했다”며 “2003년 이라크 취재 때는 AP로부터 당시 취재 테이프 구입의사를 타진 받은 적 있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가 2인 체제가 된 것에 대해 “야당에서 한시바삐 2명의 상임위원을 추천해주시고 여당에서도 한 명을 더 추천해주시면 좋겠다”며 “(현 상황은) 국회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국내와 글로벌 OTT사업자간 불평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갔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되면 망 사용료 문제를 집중 살펴보겠다”며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데 국내 OTT는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하다는 점이 큰 현안”이라고 짚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25일까지 이어진다. 대법원장이나 국무총리가 아닌 장관급 인사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이틀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틀간의 청문회를 밀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