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수빈 기자
2023.09.25 17:40:26
체포동의안 가결에 '심판론' 우세
지도부 묵인 하에 색출작업 자행
의원들 앞다퉈 부결 인증…투표용지 공개도
다른 목소리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훼손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친명(親이재명) 일색의 지도부는 ‘가결 투표자’들을 향한 색출을 선포했다. 지도부의 용인 하에 민주당에 ‘색출 광풍’이 불고 있다.
사실 인사에 대한 투표는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색출이 어렵고 따라서 징계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거듭된 ‘해당(害黨) 행위’ 발언은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로 하여금 눈치 보지 않고 비명(非이재명)계를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줬다.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지켜보기 위해 국회 방청석을 찾은 강성 지지자들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의원들을 향해 “배신자”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취재진을 향해서도 “너네는 가결되길 바랬지”라며 적의를 드러냈다.
의견이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사라졌다. 의원들은 ‘나부터 살자’며 앞다퉈 본인은 부결표를 던졌음을 밝히고 있다. 심지어 한 의원은 비밀투표 원칙을 깨고 기표소에서 자신의 명패와 ‘부’라고 찍힌 투표용지를 함께 찍어 공개하기 까지 했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수 없었던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이끈 정당으로서, ‘색출’의 공포를 경험했던 민주화 운동가들이 있는 정당으로서 의견이 다른 이들을 샅샅이 뒤져 찾아내겠다니 “이럴거면 민주당에서 ‘민주’자를 떼라”는 질책이 나올 만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제도다. 반면 개인의 사상과 자유를 억누르면서 국가가 허락한 사상만 강요하는 것을 전체주의라고 한다.
현장에 있던 기자로서 체포안 가·부 여부를 떠나 이번 표결로 민주당이 자성할 계기가 만들어 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대표 하나 지키겠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오히려 전체주의적인 정당이 되고 있다. 표결 이후, 민주당은 더 깊은 ‘이재명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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