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안돼 복지 사각지대 놓인 기초생활수급자…檢 꺼낸 카드는?

by남궁민관 기자
2021.09.02 17:44:22

''공익 대표자''로서 법률 따라 검사 직권으로 출생신고
학대 받는 아동 출생신고한 적 있지만 성인은 최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이데일리DB)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65세에 이르기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한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해 검찰이 법률에 따라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해 눈길을 끈다. 아동학대 등 사건에서 친부모가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를 게을리 해 검사가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한 사례는 있으나 성인에 대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이만흠)는 2일 65세 기초생활수급자 A씨에 대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4항에 따르면 신고의무자인 부모가 신고하지 아니하여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가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A씨의 친모는 1956년 경북 김천시에서 그를 출산한 후 출생신고 하지 않았다. 다소 특이한 것은 1976년 A씨의 친오빠가 주거지를 A씨의 주거지로 전입신고할 당시 A씨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됐었다는 점인데, 이와 관련 출생신고 없이 최초 주민등록이 된 구체적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같이 A씨는 주민등록은 돼 있어 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의료보험 혜택 등은 받을 수 있었지만,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가족관계증명서 등 부양가족 관련 증빙이 필요한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혜택은 누릴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요로협착증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고시원 6층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A씨의 친모는 출생신고를 위해 법원에 출생확인을 요청해 올해 7월 서울가정법원이 출생확인을 결정했지만, 그 사이 친모가 사망하면서 다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검찰은 A씨 출생신고가 계속해서 난항을 겪자,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고 A씨의 불안정한 법적·사회적 상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