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가 판 아파트 급매, 30대가 사들였다

by정수영 기자
2020.04.21 14:49:44

1분기 서울아파트 매수자 31.2%가 30대
다주택자, 증여도 증가…서울 전체의 8%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올해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은 30대였다.

12·16 부동산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아파트 거래가 전반적으로 주춤한 가운데 30대가 급매물 매수에 적극 나선 것이다.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증여 거래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코로나19와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강남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지속한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부동산에 급매물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증여·교환·판결 등 제외한 순수 매매거래 기준)은 총 2만9165건으로, 이 가운데 31.2%인 9101건을 30대가 매입했다. 이는 주택시장의 전통적인 큰 손인 40대(27.6%)와 50대(18.8%)의 매입 비중을 압도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 2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2.9%로 연령대별 거래량이 공개된 지난해 1월 이후 월별로는 가장 많다.

30대의 매입이 활발한 것은 청약시장에 가점제 물량이 확대되면서 가점에서 밀린 30대들이 기존 주택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3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유독 서울이 높다. 올해 1분기 거래된 전국 아파트는 총 24만3243건으로 이 가운데 30대 매입 비중은 23.5%를 기록해 40대(28.1%)에 못 미친다. 부산(30대 21.1%)과 대구(19.9%), 대전(21.6%) 등 지방 주요 광역시는 물론 인천(20.7%), 경기(23.2%) 등 수도권도 모두 30대보다 40대의 매입 비중이 높다.

서울 아파트 증여거래도 작년 4분기보다 늘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3966건으로 전체 거래량(4만9581건)의 약 8%다. 이는 작년 4분기(7.2%)보다도 증가한 것이다.

특히 강남권의 증여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강남구의 아파트는 총 1826건이 거래된 가운데 증여 건수가 406건으로 22.2%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1.4%)는 물론 작년 1분기(14.5%)보다도 높은 수치다.

12·16대책의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로 일반 매매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를 하거나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