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美 막혀도 문제없다"…기술 앞세운 세아제강, 러시아 뚫는다

by남궁민관 기자
2018.08.30 14:29:35

美쿼터 직격탄에도 포항공장 활기
JCOE 등 세계가 인정한 기술력에 자신감
"대체시장 발굴, 러시아 가스관도 기대감"

세아제강 포항공장 전경.세아제강 제공
[포항=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세아제강의 강점은 어딜 내놔도 뒤지지 않는 기술경쟁력이죠. 비록 5월 미국발 리스크가 발생했지만, 40~50년 한국 강관산업을 주도해오면서 이보다 더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왔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30일 세아제강 포항공장에서 만난 임종표 기술연구소 연구개발팀 팀장은 특히 강관업체에 직격탄을 날린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이같이 강한 극복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세아제강 포항공장을 직접 찾으니 찬바람이 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캐나다와 국내 시장으로 판매될 제품 생산으로 열기를 띠고 있었다.

임 팀장은 “미국이 한국산 수입을 막았다면 반대로 어떤 나라는 미국으로 들어가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그들이 미국 수출물량을 집중하면 또 다른 나라 시장이 비는 순환구조가 발생할 것이며, 우리는 이 시장을 공략할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계 모든 나라에 국영 석유회사나 유수의 오일메이저를 갖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 모두가 인정하는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세아제강의 기술경쟁력 자신감은 전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막강한 생산라인에서 시작한다. 이날 처음으로 방문한 JCOE 생산라인은 아시아 최초, 그리고 세계에서 3번째로 18m 길이의 가스관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 강관업체가 생산하는 기존 가스관의 길이는 최장 12m인 점을 고려했을때, 연결 용접 부위를 30% 줄여줘 작업 용이성 및 공기 단축 효과를 제공한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일사분란하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자동화 공정이 눈길을 끌었다. 크레인으로 일일이 이동시키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대량 생산을 가능케하고 동시에 원가도 절감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후판을 컨베이어에 올리자 자동으로 이동하며 적정한 사이즈로 재단하고 이를 프레스로 찍어 둥글게 구부린 뒤 내·외부를 용접하고, 품질을 점검해 포장한 뒤 출고하기까지 거대하면서도 세심한 공정이 진행됐지만, 현장에 위치한 작업자는 10여명 내외에 불과했다.

가장 압도적 공정은 프레스밴딩.JCOE의 이름 역시 이 공정에서 유래한 것이다. 평평한 후판을 1만t(톤)의 프레스로 찍어누르자 J 형태로 구부러지고, 이를 다시 찍어누르면 C 형태로, 다시 한번 반복하면 O로 완벽한 원형으로 만들어냈다. 임 팀장은 “JCOE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해 지구를 7바퀴 돌았다”며 “총 생산규모는 30만t으로, 전세계 오일메이저들에게 가스관을 공급할 수 있는 대량 생산체제를 갖춘 국내 유일의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포항공장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PM53로, 미국을 제외하고 24m 강관을 생산할 수 있는 전세계 유일의 생산라인이다. 임 팀장은 “미국이 한국에 리포트하러 와서 세아제강의 제조기술과 품질관리 수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며 “미국이 한국산 강관처럼 경쟁력 높은 제품을 통상으로 막을 수 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아제강 포항공장 JCOE 생산라인 모습. 오른쪽 파란색의 거대한 프레스밴딩 설비가 평평한 후판을 J, C, O 순으로 동그랗게 말아주는 역할을 한다.세아제강 제공
현재 미국 수출길이 막혔다고해서 세아제강이 성장할 기회를 모두 잃은 것은 아니다. 미국 주요 고객사들은 이미 정부에 쿼터제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대체 수출시장 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수의 경우 남·북 화해무드에 따른 ‘러시아 가스관 프로젝트’라는 절호의 기회가 예고됐다.

백남준 기술연구소장은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미국의 EPC사 및 건설업체들이 한국산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수급이 불안정해져 미국 상무부를 찾아가 한국산을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당장 31일 미국 정부는 쿼터 적용 수입철강에 대해 예외품목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상황으로, 한국 철강업체들의 미국 수출길 복원 가능성을 열었다.

내수에서도 러시아 가스관 프로젝트라는 커다란 기회가 예고된 상황. 백 소장은 “러시아 가스 기지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면 1100㎞ 정도 된다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면 한국에서 가까운 지역은 한국가스공사가 수주하게 될 것”이라며 “JCOE 공장은 러시아 가스관 수주를 준비하며 지은 공장으로, 이미 우리는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외에도 동남아, 캐나다, 중동 등 다양한 지역으로 대체 시장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