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밑 가시' 41건 가시적 성과..벼락치기 처방은 우려(종합)

by문영재 기자
2014.03.27 18:30:00

규제완화 후속조치 급물살
공인인증서 의무화 철폐..푸드트럭 7월부터 완화
면세한도·가업승계稅지원 11개 장기과제로 미뤄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오는 5월부터 공인인증서 없이도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6월부터는 관할구역 5km를 넘는 지역의 제과점 빵을 뷔페 식단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하반기부터는 놀이공원 등에서 푸드 트럭 영업이 허용된다.

정부는 27일 서울청사에서 ‘1차 경제혁신장관회의 및 12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 현장건의 후속조치 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제기된 현장건의 52건 가운데 41건에 대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회의였다. 정부는 이 중 27건은 상반기 중 조치를 완료하고, 14건은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는 ‘경제의 독버섯’이란 인식을 가지고, 규제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즉시 해결 가능 과제는 다음 달까지 마무리하고 시행령, 시행규칙 등 법령 개정과제는 국무조정실과 협의해 6월 말까지 개선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 ‘뷔페 공급 빵집 5km 거리제한’ 6월부터 폐지

후속조치에 따르면 정부는 내외국인 모두 공인인증서 없이도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현재 30만원 이상 결제 때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한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금액 한도를 폐지해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 대행업자가 공인인증서 사용 여부를 자율 결정토록 한 셈이다.

푸드트럭은 화물차의 적재 용량 범위를 최소 적재면적 2㎡에서 0.5㎡로 축소, 화물차 등록의 길을 터주기로 했다. 화물차 등록을 마친 푸드트럭은 놀이공원 등에 자동차등록증으로 영업 신고를 한 뒤 오는 7월부터 영업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구조 등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동차 튜닝 승인이 필요한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튜닝부품 인증제 시행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또 이르면 다음 달부터는 스마트폰의 의료기기 인증 없이 삼성전자(005930) 갤럭시 S5 등 심박 수 측정센서가 부착된 스마트폰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주변의 관광호텔 입지를 교육부 훈령개정, 안전행정부 시정권고 등을 통해 유해시설만 없다면 설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 분야는 30명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 퇴직연금에 대한 공적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의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 “추가·대안검토 과제 해결 여부에 규제개혁 의지 ‘판가름’”

정부가 52건의 현장건의 가운데 41건을 즉시 수용했지만, 추가 검토(7건)와 대안 검토(4건) 11건은 사실상 장기과제로 미뤄 원안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가검토 과제는 중소·중견기업 가업 승계 때 세제지원 확대, 국내외 대학차별 금지, 면세 한도 상향, 개인종합자산 관리계좌 도입, 게임사업 관련 중복규제 및 신설규제 개선, 렌터카 운전자 알선 확대 등이다.

대안검토 과제는 재창업 기업 대표자의 신용정보 조회의 한시적 면제와 유한회사에 대한 감사·공시의무 강화 반대, 인천 내항 재개발 정책 재고, 자산운용 수수료 상향 등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부처 간 이견이나 현실 장벽이 높은 11건의 해결 여부에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산업 관련 규제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조윤석 여성가족부 장관 간 논쟁이 있기도 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제‘ 등 게임 규제를 폐지해 달라는 건의에 대해 정부는 두 부처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협의해 나가는 선에서 논의를 마쳤다.

장기간 400달러로 동결돼온 해외여행객 면세 한도를 국민소득 증가,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에 대해서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사업 실패로 채무불이행자가 된 기업가의 연체 정보를 삭제하거나 등록을 유예해 달라는 요구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금융기관 건전성 문제와 충돌한다는 이유에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계의 소원수리를 들어주 듯 규제개혁이 이뤄지면 결국 국민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처방을 위해선 심도 있는 원인분석이 선행돼야 하는데 벼락치기 하듯 규제개혁이 이뤄지면 이후에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