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낮춘 급매도 안팔려요”…찬바람 부는 목동
by오희나 기자
2022.02.21 16:09:50
거래절벽 속 '가격 조정 가능한' 매물만 등장
14단지 108.28㎡, 작년 12월 18.5억…석달새 3억↓
토지거래허가구역·재초환 부담…사라진 매수문의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기대감 낮아…관망세"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1억원 낮춘 급매물에도 산다는 손님이 없네요.”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통적인 학군지 재건축 단지인 양천구 목동 아파트도 매수세가 사라진 모양새다. 목동 재건축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부과가 시작되면서 ‘눈치보기’가 이어지고 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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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목동 아파트 전체적으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조용한 상태”라며 “기존에 나온 매물 중에서 1억원 정도는 가격 조율이 가능하다는 곳도 있지만 문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목동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이면서 전세를 끼고 사는 것이 어려워졌다”면서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매입해야 하는데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연쇄적으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 고점 인식이 있는데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도 많이 올랐다”면서 “간혹 급매 문의가 오기는 하지만 적극적인 매수세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올라온 매물 중에는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해놓은 곳도 있다. 거래 문의조차 이어지지 않자 할 수 없이 가격 조정을 내건 것이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언급하면서 잠실이나 용산구 이촌동, 강남 등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이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목동신시가지 13단지 전용 53.9㎡는 지난달 12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8월 13억2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5개월여만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매매가격은 1억2000만원 하락했다. 목동신시가지 14단지 전용 108.28㎡는 지난해 12월 18억5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9월 21억5500만원 거래된 것에 비하면 3억원이 떨어진 수준이다. 목동신시가지 11단지 66.24㎡는 지난달 14억60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지난해 6월 15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억원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들이 정부의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건축 추진 단지 가운데 목동6단지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통과했지만 목동9단지, 11단지는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다. 이들 단지가 적정성 검토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다른 단지들도 재건축 추진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르면 내달부터 서초구 반포동 옛 ‘반포 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아파트를 시작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포 현대의 경우 당초 예정 부과액 1억3569만원보다 최대 2배 많은 2~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목동 아파트는 안전진단이 가장 큰 현안”이라며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도 있고 신청이 반려된 단지도 있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 섣불리 매수를 결정을 하기가 애매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결과에 따른 안전진단 규제완화 기대감이 살아있다”면서 “대선 이후 신통기획 등 방식에 따라 재건축 사업이 빨라질 수 있는 여지도 있어 상황을 보고 움직이려는 수요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안전진단이 강화되면서 목동 재건축이 어려워진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인데다 거래절벽까지 맞물리면서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면서 다만 “학군 수요과 재건축 기대감이 남아있는 곳이어서 장기적인 하락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