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법 다른 상추·애호박 한 컨테이너로 수출한다(종합)

by김형욱 기자
2018.04.24 14:59:22

농진청, 신선 엽·과채류 7종 1.2t 싱가포르 수출에 성공
신선식품 수출 확대 기대…"수확 때부터 컨설팅 지원"

사진=농촌진흥청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보관법이 다른 상추나 애호박을 한 컨테이너에 담아 중거리 국가까지 선박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항공 수송보다 싸고, 단일 품목 선박 수송 때보다 효율이 높아 수출 경쟁력 확대가 기대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농진청 원예원)은 24일 농림축산식품부 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엽채류 5종(상추·시금치·깻잎·얼갈이배추·열무)와 과채류 2종(풋고추·애호박) 등 7종 1.2t을 한꺼번에 선박으로 싱가포르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엽채류는 통상 쉽게 시들어 저온 보관해야 한다. 반대로 과채류는 반대로 온도가 낮으면 저온 장해가 발생한다. 또 같은 종류라도 품목별로 보관 방법은 다 다르다. 이 때문에 신선 엽·과채류 수출 땐 선박보다 여섯 배 비싼 항공 운송을 이용하거나 한 품목씩 별도로 냉장 컨테이너선에 저장해야 했다. 선박 운송하더라도 단일 품목으론 한 컨테이너를 다 채우지 못해 비효율을 감수해야 했다.



농진청 원예원은 이 문제를 풀고자 품목별 별도 포장법과 엽·과채류를 아우르는 저장법을 개발했다. 또 지난 28일 수확한 엽·과채류 7종을 4월1일 싱가포르행 수출 선박에 실었다. 풋고추는 단단한 진녹색 시기에 거둬 식물휘발성 물질 처리 후 내포장 필름으로 포장해 낮은 온도 저장 때 발생할 수 있는 저온 장해를 막았다. 애호박은 10마이크로미터(㎛) 필름으로 소포장 후 상자에 넣고 보온용 알루미늄 필름 커버를 사용했다. 냉장 컨테이너 온도는 통상적인 엽채류 저장 때보단 높고 과채류 저장 때보단 낮은 3℃에 맞추고 환기구를 5분의 1 가량 열어 7개 품목을 아우르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

이 결과 이달 11~14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7종 모두 신선 상태로 현지 한국식당 등에 판매됐다. 운항기간 9일을 포함해 17일 동안 혼합 보관·운송했음에도 신선 상태를 유지한 것이다. 기존 방식대로 같은 기간을 운송했다면 상추는 20~30% 물러지고 저온에 민감한 깻잎은 약 60%가 꼭지색이 변하고 15%가 검은 반점이 생겨야 했으나 새 운송법 적용 결과 대부분 신선 상태를 유지했다.

농진청 원예원은 이번 기술을 적용하면 엽·과채류 신선식품 수출을 현재의 일본 외에 동남아 같은 중거리 지역까지 확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이번 수출 품질에 만족하며 알타리무, 쌈배추, 오이, 가지 추가 수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진청은 품목별 장기 보관 운송 매뉴얼을 확립해 수출 희망 기업에 컨설팅할 계획이다.

김지강 농진청 원예원 저장유통과장은 “여러 품목 농산물을 한 번에 선박으로 수출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다양한 품목의 신선도 유지·수송 환경 기술을 보급해 신선 농산물 수출 확대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싱가포르 수출을 위해 각지의 엽·과채류를 수송·포장하는 모습. 사진=농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