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5.10.12 17:27:29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 개발에 720억원대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온 개발업체가 과다 청구한 제조원가를 방위사업청이 그대로 인정해 준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도 240여억원이 추가로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은 지난 1~3월 국방부와 방사청 등 8개 기관을 대상으로 ‘무기체계 등 방산비리 기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런 내용을 비롯해 총 10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수리온은 군이 노후화된 기동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한국형 기동헬기다. 2006년부터 2023년까지 개발비 1조2996억원, 양산비 4조1575억원, 운영유지비 3조6350억원 등 총 9조원이 투입되는 범정부 국책사업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수리온 양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통해 개발업체 21곳에 투자보상금 3036억원을 지급했다. 투자보상금은 KAI를 비롯한 총 22개 업체가 개발비의 20%를 선투자하는 대신 나중에 금융비용과 기술이전비를 더해 돌려받은 돈이다.
이 과정에서 KAI는 2013년 수리온 개발사업의 정산을 위한 원가계산서를 제출하면서 자신들을 통해 21개 개발업체에 대리 지급된 투자보상금을 자사의 제조원가에 반영, 일반관리비와 이윤 등을 부당하게 산정했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이를 그대로 인정해 KAI에 547억원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사청은 2012년 자체감사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지만 담당자들이 묵살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KAI가 부당하게 산정한 제조원가대로 방사청이 후속 양산계약을 체결할 경우 243억원이 추가 지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사청은 수리온 동력전달장치의 국산화 개발사업이 개발업체의 잘못으로 실패했는데도 정부출연금 환수 등의 제재 조치 없이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에는 156억원의 정부출연금이 투입됐다.
아울러 방사청은 미국 정부와 사전협의도 없이 미국 업체의 기술 이전을 통한 엔진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설계를 추진했다. 방사청은 결국 미국 정부가 기술 이전을 불허하는 바람에 18억여원의 소프트웨어 설계비만 낭비했다.
KAI의 경우 직원이 인건비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사실상 횡령하기도 했다. 용역계약담당 직원이 처남 등과 공모해 외주용역업체를 설립한 후 단순 사무인력인데도 고급기술인력을 파견한 것처럼 계약을 체결해 용역비 60억원이 부당 지급됐다.
감사원은 방사청에 KAI가 부당하게 산정한 수리온 제조원가를 그대로 인정해 준 관계자 2명과 동력전달장치의 국산화 개발사업 실패에 따른 정부출연금 환수 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관계자 1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날 국방부와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한 ‘취약분야 방산비리 기동점검’ 결과도 공개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방사청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의 지원장비를 국내에서 개발키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지만 국내 개발업체는 장비를 외국업체로부터 무상 제공받거나 해외에서 구매해 납품했고 방사청은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국내기술개발이라는 당초 사업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국내 업체에 180억원의 부당이익을 주는 결과만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공군군수사령부가 2013년 전투기 실사격 훈련용 표적기의 재고량 등을 감안하지 않고 적정 소요량보다 300개 많이 구매해 4억6000여만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10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하고 방사청에 EWTS 지원장비의 국내개발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계자 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