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남 기자
2015.01.06 19:31:41
朴대통령 강조 ''규제 기요틴제'' 여야 입장차 커
크라우드펀딩 도입 등 경제활성화법안도 진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이른바 ‘규제 기요틴(단두대)제’의 도입이 이번 12월 임시국회에서는 사실상 불발됐다. 새로운 규제를 신설할 경우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식으로 규제비용의 총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박근혜표’ 경제법안으로 꼽히는 크라우드펀딩(온라인 소액투자자금 조달) 도입도 여야간 입장차 때문에 표류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규제 기요틴제 도입 등을 담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정부안)과 규제개혁특별법안(김광림 의원안) 등을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정부·여당은 당초 이 법안들을 처리해 규제비용총량관리제를 전면 도입한다는 방침이었다. 규제가 신설·강화되는 경우 해당 규제비용에 상응하는 기존 규제를 정비하는 식으로 총량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내세운 규제개혁특별법안은 정부 외에 국회와 지방자치단체까지 이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토교통부 등 8개 부처에 규제비용총량관리제 시범사업을 실시해왔다.
다만 야당의 반발이 워낙 커 이날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야당은 이를 두고 위헌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가 국회 의결을 거친 다른 법에 규정된 의무를 탄력적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 자체가 입법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김용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소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규제 기요틴제는) 여야간 이견이 너무 크다”면서 “(이번달에 처리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 차원의 규제개혁 방침도 일단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그간 “규제 기요틴제는 많은 규제를 단기에 혁파할 수 있는 일괄개혁 방식”이라고 강조해왔다.
박 대통령이 처리를 강조해온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진통을 겪었다. 크라우드펀딩 도입을 통해 벤처·창업을 활성화하자는 내용의 자본시장·금융투자업 개정안(신동우 의원안)이 대표적이다. 김용태 위원장은 “크라우드펀딩을 도입하는 게 맞느냐는 여야간 근본철학에 이견이 있다”면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기존대로 두고 금융감독원 내부의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해 분리하자는 내용이 골자인 금융위설치법 개정안(강석훈 의원안)은 이날 심사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두 법안은 청와대가 국회에 조속 처리를 부탁한 14개 법안에 포함됐다.
정무위는 오는 8일 종합 법안심사소위를 한차례 더 열고, 이들 법안의 처리를 다시 시도한다. 사실상 12월 임시국회에서의 마지막 논의다. 다만 쟁점법안마다 여야간 입장차가 워낙 커서 처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