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사외이사에 '윤 라인'...노조, 검찰에 고발 검토
by서대웅 기자
2023.03.28 16:46:20
"행장 제청권 무력화..직권남용"
기은 노조, 금융위 고발 검토
김성태 "사전 협의 거쳐 제청"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기업은행(024110) 노조가 이근경 전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전현배 서강대 교수를 기은 사외이사로 임명한 금융위원회를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하는데, 행장 제청권을 금융위가 사실상 박탈했다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은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어 이 전 차관보와 전 교수를 금융위에 제청키로 의결하고 김성태 행장이 제청, 금융위가 27일 두 후보를 임명했다. 이 전 차관보(행시 14회)는 지난해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경제전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전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인사다.
노조가 문제 삼는 것은 행장 제청권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책은행 특성상 후보를 제청하기 전 금융위와 협의를 거치기 마련인데 이번 사외이사 임명 때는 아무런 협의조차 없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김형선 기은 노조위원장은 “전임 행장(윤종원)은 적어도 금융위와 의견을 교환해 사외이사를 결정했지만 이번엔 형식적인 협의 과정조차 없었다”며 “제청권은 국책은행 지배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데 금융위가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성태 현 행장은 이번 사외이사 임명이 전임 행장 때 논의된 결과라고 노조에 말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성태 기은 행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근경, 전현배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금융위와) 사전 협의는 당연히 했다”고 반박했다. 김 행장은 “노조가 추천한 이사 후보의 경우 전임 행장 시절 협의 과정에 올랐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번 제청 대상엔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가 주장한 ‘김성태 행장이 제청하지 않았다’는 사외이사는 노조추천 이사 후보라는 얘기다. 노조추천 이사를 제청할지 여부는 김 행장 본인이 논의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기업은행장을 지냈던 한 인사는 “제청권이 있는 행장이 제청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은의 신임 사외이사 임명을 두고 기은 내부의 노사 갈등, 기은 노조와 금융위 간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형선 위원장은 “정부가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하면서 정작 국책은행엔 낙하산을 꽂으며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취임한 김성태 행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국 한 관계자는 “현재 노조와 금융위 사이를 이어줄 역할을 할 인사는 김 행장뿐이며 김 행장이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기은 노사는 2020년 1월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유관 기관과 협의해 임원 선임절차 투명성과 공정성을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