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구자은號’ 출항…‘혁신 경영’에 속도

by박순엽 기자
2021.11.25 16:28:01

LS그룹 전통 ‘약 10년 주기 사촌 간 승계’ 이어져
2세 경영 마지막 주자…현장 경험 두루 쌓아
“실패 두려워해선 안돼”…그룹 혁신 속도낼 듯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LS그룹이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을 총수로 맞이하면서 새로운 10년을 연다. 구자열 현 회장이 그룹 총수를 맡은 지 9년 만이다.

구자은 회장이 일찌감치 LS그룹을 이끌 차기 총수로 낙점됐고, 그룹 미래혁신단장을 맡아 그룹의 체질 개선 작업을 주도한 만큼 디지털 전환(DX) 등 그룹 내 혁신 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사진=LS그룹)
25일 재계에 따르면 LS그룹은 26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구자은 회장을 신임 그룹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구자열 현 회장이 지난 2012년 11월 총수 자리에 오른 지 만 9년 만의 교체다. 구자열 회장은 총수에서 물러난 뒤 지난 2월부터 맡은 한국무역협회장 업무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수 교체는 사촌 간 약 10년을 주기로 그룹 회장을 돌아가며 맡는 그룹 전통에 따른 것이다.

LS그룹은 2003년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고(故)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삼 형제가 LG그룹에서 전선·금속 부문을 계열 분리하며 출범했는데, 삼 형제는 그룹 운영을 함께하면서 각자의 장자가 돌아가며 그룹 회장직을 승계하는 방식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자인 구자홍 현 LS니꼬동제련 회장은 2004년 초대 LS그룹 회장을 맡아 9년 차인 2012년 말 사촌 동생인 구자열 현 회장에게 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줬다. 구자열 현 회장은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자다.

이번에 취임하게 되는 구자은 회장은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로, 2세 경영의 마지막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LS그룹 총수 일가는 수년 전부터 구자은 회장의 승계를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구자은 회장은 2018년 그룹 지주사인 ㈜LS 사내이사로 합류한 데 이어 LS엠트론 회장직에 올랐고, 2019년엔 그룹 미래혁신단장을 겸임하는 등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키워왔다. 승계의 열쇠가 될 ㈜LS 지분도 꾸준히 확대하면서 현재 지분율 3.63%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자은 회장은 다양한 사업에서 국내외를 망라한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자은 회장은 오너 경영인이 계열사를 두루 경험하게 하는 그룹 전통에 따라 LG정유(현 GS칼텍스)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LG전자,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LS니꼬동제련, LS전선 등을 거치며 정유·전자·상사·기계 등 여러 사업 분야의 현장을 경험했다.

LS 미래혁신단이 지난해 온라인으로 개최한 ‘LS 애자일 데모 데이’(Agile Demo Day) 행사에서 구자은 LS그룹 미래혁신단장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 (사진=LS그룹)
구자은 회장(1964년생)이 구자열 회장(1953년생)보다 나이가 11살이나 적은데다 미래혁신단장을 맡아온 만큼 LS그룹이 젊고 빠른 조직으로 변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해 그룹 혁신 관련 행사에서 “변화는 시도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구자은 회장은 미래혁신단장으로서도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 과제를 촉진하고 애자일(agile·민첩) 경영 기법을 전파하는 등 그룹의 디지털 미래 전략을 이끌어왔다.

LS전선이 올해 도입한 온라인 기업 간 거래(B2B) 판매 시스템인 ‘원픽’(One Pick)은 구자은 회장이 주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 중 하나다. 케이블 유통점이 본사와의 전화·이메일을 통해 제품 재고를 확인하던 방식을 버리고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해 유통점에서 실시간 재고 파악 등을 할 수 있게끔 했다. 수 시간이 소요되던 작업은 원픽 도입 후 1분 내로 단축됐다.

한편 구자은 회장 취임으로 2세 경영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3세 경영 승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선 세대의 원칙대로라면 3세 경영의 첫 주자는 구자홍 회장의 장남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여야 하지만, 구본웅 대표는 현재 LS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세 사촌 사이에서 3세 경영을 두고 새로운 승계 약속을 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LS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세는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 구동휘 E1 전무,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 등으로, 재계에선 이들 중에서 3세 경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