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리더십 부재 '현실'로…갈피 잃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

by남궁민관 기자
2021.06.28 16:05:04

檢 직접수사 제한 조직개편 시행 하루 앞으로
현 정권 수사팀 날리고, 인사·감찰 담당엔 친 정권
"취임 한 달 제 역할도, 존재감도 없었다" 리더십 실종
현 정권 수사 좌초 우려…'방탄·식물총장' 현실되나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취임 한 달만에 심각한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후보자 시절부터 ‘정치편향’ 논란을 빚었던 김 총장은, 취임 직후 이를 해소할 첫 ‘시험대’로 꼽혔던 검찰 조직개편 및 인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줄곧 끌려다니며 “제 역할도, 존재감도 없었다”는 혹평에 직면하고 있다. 일각에선 ‘애초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의심까지 제기된 가운데, 현 정권 관련 검찰 수사에서도 ‘방탄 총장’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자조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김오수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9일 국무회의에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이하 조직개편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의결·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검찰의 6대 범죄 직접수사 범위를 크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앞선 친(親) 정권 검사들을 주요 요직에 전면 배치한 검찰 고위·중간간부 인사 결과와 맞물려 결국 정권 말 ‘검찰 힘빼기’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 김 총장 책임론을 제기한다. 이달 1일 취임식에서 “공정한 인사로 소모적인 오해나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던 김 총장은 사실상 박 장관의 물갈이 인사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선 대검찰청 부장회의까지 열며 공식 반대입장을 냈음에도 사실상 큰 틀에서의 ‘박범계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지 못한데 대해 김 총장의 행보는 결국 보여주기 차원에 불과했다며 성토한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위법의 여지까지 있는 무리한 조직개편안을 보면 검찰총장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인사에 대해선 말을 잃을 정도”라고 한탄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다른 변호사 역시 “검찰총장이 제대로 의견을 개진한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라며 “한 달 동안 제 역할은 커녕 존재감조차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의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법치 파괴”, “인사농단”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일선 검사들을 압박할 수 있는 인사와 감찰라인에 친 정권 인사 배치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방탄 총장’ 또는 ‘꼭두각시 총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강한 비판이 제기된다.

차장검사 출신 다른 변호사는 “검찰 인사 실무를 쥐고 있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갓 검사장으로 승진한 사법연수원 29기 구자현 검사장을 앉히며 의미를 부여했고 검찰과장에는 운동권 출신 주민철 부장검사를 앉혔는데, 이는 결국 검찰 인사를 법무부 장관이 독단적으로 주무르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변호사는 “검찰 내에서도 가장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평소 SNS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정치편향을 드러낸 임은정 검사장을 앉힌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덧붙였다.

현 정권 관련 검찰 수사 뭉개기는 사실상 예견된 사태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 2일 현 정권 관련 모든 사건의 수사팀 교체가 예정된 가운데, 이미 김 총장의 대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및 수사외압 의혹’ 등에 연루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기소 여부를 묵살하고 있다. 대검은 또 ‘월성 원전 경제성 부당평가 의혹’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가스공사 사장) 등에 대해서도 기소 여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인사와 조직개편의 목적은 결국 현 정권 관련 사건 수사에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갖겠다는 것”이라며 “김 총장은 결국 이같은 검찰 밖 물결에 대충 몸을 싣고 가려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