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클럽하우스' 트럼프 워싱턴 호텔 "곧 팔린다"
by방성훈 기자
2021.10.13 15:18:47
투자회사 CGI머천트그룹과 임차 권리 매각 논의
이해상충 논란 속 호텔 매각 가열…타결 임박
거래규모 3.7억~4억달러 예상…초기 투자액 2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가족 소유의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이 운영하는 미 워싱턴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 조만간 팔릴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애미 기반 투자회사인 CGI머천트그룹(Merchant Group)이 트럼프그룹과 호텔 인수 계약을 논의하고 있으며,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상은 일반적인 인수·합병(M&A) 논의와는 차별된다. 협상 대상인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은 19세기에 지어진 옛 우체국으로, 미 연방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트럼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장기간 이 건물을 쓸 수 있는 권리다.
트럼프그룹은 지난 2013년 미 연방총무청(GSA)으로부터 60년 동안 매년 300만달러를 내는 조건으로 이 건물을 임차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트럼프그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기 직전인 2016년 건물을 호텔로 개조해 운영해왔다.
CGI머천트그룹과의 거래가 성사될 경우 매각하는 것은 임차 권리인 셈이다. 만약 임차 기간을 연장할 경우 같은 조건으로 100년가량 해당 건물을 빌려 쓸 수 있을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거래 금액은 3억7000만달러 이상으로 최종적으로는 4억달러가 될 것으로 소식통은 예상했다. 이는 트럼프그룹 측이 제시한 5억달러엔 미치지 못하지만 초기 투자액 2억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호텔 매각 논의는 미 민주당 주도로 하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해상충 혐의 조사로 더욱 가열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을 방문한 해외 귀빈의 숙소 또는 대규모 행사 장소로 이 호텔을 지정하는 등 정치적으로 부당하게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하원은 관련 청문회 개최도 추진하고 있다.
미 의회 정부개혁감독위원회가 지난 8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지난 2017~2019년 외국 정부로부터 무려 378만 7400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와 관련, WSJ은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지내는 동안 로비스트, 국회의원, 사업적 이해관계자를 끌어들이는 ‘공화당 클럽하우스’가 됐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호텔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전 발생한 1억 7000만 달러의 융자를 2018년부터 상환할 예정이었으나, 취임 이후 상환 시작일이 6년가량 미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엔 상환 시점을 연기한 것이 ‘비밀 우대(undisclosed preferential treatment)’로 표기됐다.
이 과정에서도 트럼프그룹이 호텔 재정 상태를 과장한 것과 이해상충 논란이 문제시 되고 있다. 2016년 개장 이후 호텔의 누적 손실이 7300만달러를 웃돌았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지주회사 자금 2400만달러를 투입해 호텔 재정을 지원했다. 이같은 지원에도 호텔은 2016~2020년 7000만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 1억 5600만달러 상당의 보수를 호텔 측으로부터 챙겼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코로나19 팬데믹 및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실패 등으로 호텔 재정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호텔의 지난해 매출은 1500만달러로 전년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한편 CGI머천트그룹은 호텔을 인수하게 될 경우 ‘트럼프’라는 단어를 명칭에서 제외하거나 아예 새로운 호텔 브랜드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