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승계 의혹` 이재용 소환…1년 6개월 수사 마무리 수순(종합)

by최영지 기자
2020.05.26 15:25:26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비공개 소환
증선위 고발 이후 분식회계·합병→경영권 승계 수사 확대
관련 의혹 보고 및 지시 여부 규명이 핵심 과제

[이데일리 최영지 이성기 기자] 삼성 합병·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26일 오전 비공개로 소환했다.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이후 20일 만이자,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고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6개월여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이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오전 8시께 비공개로 검찰에 출두한 이 부회장은 영상녹화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검찰 청사 내에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귀가 시간 등을 사전에 알리지 않을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2015년 5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합병과 회계기준 변경 등이 기업과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경영권 승계 조건을 만들어 주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합병과 분식회계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불법 의혹과 관련해 이 회장이 어느 선까지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등이 검찰이 규명해야 할 핵심 과제다.

삼성은 분식회계로 바이오사업의 가치를 부풀린 것이 아니고 합병 역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도 삼성 측은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라거나,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정해졌다는 것 등은 세간의 오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국정농단 사건 관련 상고심에서 `삼성 그룹 차원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존재했다`며 실체를 인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승계작업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대통령 직무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로 삼성 관련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증선위 고발로 시작된 분식회계 관련 검찰 수사는 지난해 9월 삼성물산 등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확대됐다. 올 들어서는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옛 미래전략실(미전실)의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 등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수 차례씩 불러 합병 과정을 둘러싼 의사결정 구조를 살폈다.

합병 과정에서 백기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정몽진 KCC 회장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제일모직 2대 주주였던 KCC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맞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해 삼성 측을 도왔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KCC 본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KCC가 우호적 역할을 한 합병과정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로 관련 임직원 8명이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다만 본안인 분식회계 관련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 조사를 마지막으로 검찰은 이 부회장을 포함해 관련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들의 법적 책임과 가담 정도를 따져 신병처리 여부와 사법처리 수위 등을 결정하고 수사를 마무리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