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스마트폰 보급 확대…선전 콘텐츠 노출 높여 체제 강화"

by방성훈 기자
2017.12.07 15:10:36

北, 휴대폰 이용자 400만명 추정…2012년比 4배 늘어
원격 검열·감시 OS ''붉은별'' 탑재…24시간 내내 통제
"선전 콘텐츠 노출 심화…감시 체제 혁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북한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인터넷 접속은 차단돼 있으며 감시 및 권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북자 및 최근 북한을 다녀온 관광객들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 휴대전화 사용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의 김연호 선임연구원은 북한 내 휴대전화 사용자 현재 약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북한 전체 인구의 약 6분의 1로, 2012년 추정치 100만여명 대비 4배 증가한 규모다.

북한은 지난 2013년 자체 제작한 스마트폰 ‘아리랑’을 공개했다. 이후 지난 해 ‘평양터치’에 이어 올 상반기엔 ‘아이폰6’를 닮은 세 번째 스마트폰 ‘진달래3’를 출시했다. 이들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구입비용은 최고 500달러(약 55만원)다. 이용은 통화, 문자, 사진, 게임 등으로 한정된다.

북한 주민들이 쓰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엔 북한이 자체적으로 변형시킨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깔려 있다. 여기엔 검열·감시 시스템, 일명 ‘붉은별’이 탑재돼 있다. 개인PC 및 노트북 등 컴퓨터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즈 자체 버전으로 실행된다. 이 역시 붉은별이 깔려 있다.

북한 정부는 붉은별을 이용해 통화와 문자, 사진 등을 검열·감시하고 있다. 원격으로 사용자가 어떤 내용을 주고받는지 확인하고 사용자의 파일을 지우거나 공유를 차단시킬 수도 있다. 길거리에서 경찰이 무작위 검열을 하기도 한다. 사실상 24시간 내내 감시를 받고 있는 셈이다. 프리실라 모리우치 전 미 국가안보국(NSA) 동아시아·태평양 사이버안보부장은 “북한이 감시 체계를 혁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탈북한 한 여성은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가여서 신분과시용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엔 생각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그는 집안에서도 정권에 비판적인 말을 하지 않게 됐으며, 가족 간 대화를 나눌 때는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놓아둔다고 전했다.



지난 9월 27일 북한 평양에서 한 여성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깃발을 흔드는 선전대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AFP PHOTO)
대다수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인터넷 대신 인트라넷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김정일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연설이나 북한 음식 요리법 등을 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의 경우 150개 지역 판매업자들의 상품을 보여주는 수준이며, 휴가를 위한 여행 사이트도 제공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 전문 블로그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마틴 윌리엄스는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24시간 내내 보도하는 국영 언론 웹사이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일성 국가 주석의 8권짜리 자서전 ‘세기와 더불어’ 등 허용된 콘텐츠에 한해 전자책도 볼 수 있지만, 인트라넷 속도가 느릴 경우 책 한 권을 다운로드 받는데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인터넷 접속은 연구인력이나 고위 관료 등 극소수만이 가능하다. 이들은 중국 통신업체 차이나 유니콤을 통해 외부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으며 러시아 국영 통신업체 트랜스텔레콤도 지난 10월 북한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통신·인터넷은 2000년대에 보급됐다. 그러나 2004년 당시 국방위원장이었던 김정일에 대한 암살 시도가 무선 통신기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5년 동안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2009년 다시 허용됐지만 감시는 더 강화됐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선전구호에 더 많이 노출시켜 체제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로스 러스티시 전 국방부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선전구호만 소비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정권을 뒤흔들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