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다슬 기자
2015.04.14 17:11:45
'고용과 복지 연계' 등 새 방식 서민금융서비스 추진
전문가 "대출 지원 벗어나 저소득층 자활방안 초점"
[이데일리 문승관 정다슬 기자] 신용등급 9~10등급의 저신용·저소득 금융취약계층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는 서민금융지원을 활성화하겠다며 서민금융총괄기구인 ‘서민금융진흥원(가칭)’을 출범시킬 계획이지만 정작 구제를 받아야 할 금융취약계층은 제외돼 있다. 정씨나 김씨와 같은 저신용·저소득층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점차 지속적으로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금융사령탑에 앉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계 가계’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 풀뿌리 금융 활성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나타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신용등급이 9~10등급인 이른바 ‘저신용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저신용자인 서민들을 위한 대출 제도와 채무 조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최하 등급인 9~10등급은 사각지대에 놓여 결국 불법 사금융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햇살론’으로 명칭을 통합한 서민금융상품 대부분은 6~10등급을 대상으로 하지만 9~10등급은 지원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햇살론이나 새희망홀씨 등의 지원자격에는 ‘연체 중인 자(금융채무불이행자)’를 제외하고 있다”며 “9~10등급 신용불량자들은 연체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지원 대상이 아니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체에 시달리는 저신용자들이 연체를 줄이거나 신용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2월 내놓은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 가계차주 현황’에 따르면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이 1~6등급으로 회복할 확률은 2011년 6월말 31.3%에서 지난 2013년 말 25.2%로 낮아졌다.
돈을 갚지 못해 저신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점점 고금리 대출에 손을 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서민금융기관의 서민금융 공급기능을 강화하는 정책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서민금융 정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건 것도 서민금융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임 위원장은 단순히 낮은 금리의 정책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고용과 복지를 연계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서민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러한 방안의 하나로 임 위원장은 2017년까지 전국에 서민금융만 전담해 다루는 ‘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를 30개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이런 정책기관은 경기 부천시에 있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임 위원장은 14일 이곳을 찾아 “현장을 돌면서 가장 아팠던 얘기는 TV를 틀면 대부업체 광고 나오는데 왜 그 때문에 힘든 사람 도와주는 광고는 하나도 안 나오느냐는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서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인 만큼 진흥원이 출범하는 대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춰 정책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주로 지원(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자활방안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소금융 등 현재의 서민지원 프로그램은 재원이 바닥나 있는데다, 대위변제율(연체율)도 높아 저소득층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선 저소득층 스스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희망통장’과 같은 제도를 전방위로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도 이러한 문제점과 지적을 의식한 듯 “일정한 소득이 없는 서민은 정책 자금을 지원받더라도 금융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될 가능성이 크다”며 “저금리로 자금공급을 늘리는 것 외에도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서비스로 자활과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