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실탄' 확보 카카오엔터…'IT 융합 콘텐츠' 세계로 간다

by함정선 기자
2023.01.12 17:28:33

사우디 국부펀드 등 두 곳서 1.2조원 투자 유치
웹소설부터 웹툰, 드라마, OST까지…'IP밸류체인' 인정받아
M&A 포함해 글로벌 시장공략 위한 투자에 집중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자신이 속한 회사의 CEO와 맞선을 봤지만 정체를 숨겨야 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사내맞선’은 웹소설로 시작해 웹툰으로 그려진 후 드라마로 제작돼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일이야 종종 있는 일이지만 사내맞선은 더 특별했다. 드라마의 인기가 다시 웹툰으로, 그리고 웹소설로 이어지는 현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IT플랫폼에서 시작한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이 어떻게 여러 콘텐츠로 확장해 선순환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IP 밸류체인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막강한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글로벌 공룡인 디즈니가 수십의 회사를 사들인 이유도 이를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독자적인 ‘IP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빈 살만’ 펀드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1조 2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서다.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국내 콘텐츠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확보한 만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과감한 인수합병(M&A)과 IP 확보, 콘텐츠 제작과 기술 개발 등 전방위적인 사업이 펼쳐지리라는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로부터 6000억원, 싱가포르 펀드인 ‘피랩 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0억원 등 총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두 투자펀드는 신주 인수 후 각각 5.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분 구조를 볼 때 두 펀드는 (주)카카오와 투자자인 포도아시아홀딩스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될 전망이다.

이번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시장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약 10조 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그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기업가치 약 18조원 수준에서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해온 것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낮췄다는 평가지만, 엔씨소프트와 넥슨을 비롯해 전 세계 게임사의 지분을 사들이며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사우디 국부펀드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PIF는 일본의 닌텐도를 비롯해 미국의 블리자드 등의 지분을 확보하며 오일머니를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고, 한 번 투자 후에도 지속적인 지분 매입을 진행해 추가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진행 중인 콘텐츠 사업이 글로벌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받았다는 의미다.

투자 유치를 이끈 배재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 수석부사장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는 점은 차별화된 IP 밸류체인의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세계 시장에 증명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투자 유치로 확보한 실탄을 글로벌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투자 재원은 M&A 등에도 투자할 예정이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투자 대상으로 거론됐던 SM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한 인수설도 다시 제기된다. 그러나 회사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와 다양한 투자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함구했다.

무엇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확대하는 방식의 독자적인 성장 방식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는 K 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것”이라며 “카카오가 보유한 디지털 네트워크 노하우와 K-콘텐츠를 융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스토리-미디어-뮤직’으로 이어지는 각 부문의 글로벌 진출 전략도 더 구체화할 계획도 세웠다. 웹툰과 웹소설 사업을 하는 스토리 부문에서는 북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외국에서 작품을 확대하는 한편 웹소설 외 영상 사업과 시너지 작업에도 나선다.

미디어 부문에선 지난해 ‘헌트’와 ‘수리남’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올해 역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에서 신작 공개를 앞두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가속화한다.

멜론 등 뮤직 부문에서는 글로벌 음원 유통망을 더 확장하고 포트폴리오 역시 확대할 계획이다. 아티스트의 글로벌 활동 지원도 강화한다.

스토리와 미디어, 뮤직 등 각 부문의 IP를 글로벌로 확대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플랫폼이다 보니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플랫폼 확보를 위한 M&A를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카카오의 IC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결합한 방식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도 예상된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는 “모든 카카오 공동체와 사회적 기회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도전자라는 것을 기억하고 하나의 IP가 성공하는 사례를 넘어서 글로벌 강자들과 격차를 지속적으로 좁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