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광범위 사퇴종용’ 꼬리 잡혔나…블랙리스트 수사 종착지는 文?

by이배운 기자
2022.06.09 16:36:21

블랙리스트 수사 전방위 확대…조국·임종석 수사선상
‘유죄확정’ 환경부 블랙리스트, 타 부처에도 이뤄졌나
檢,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 소환…‘윗선’ 개입 추궁할듯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검찰의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문재인 정부 전체 부처를 대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이미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의 칼끝이 최종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 2부는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 10명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배당 받고 수사에 나섰다. 앞서 국민의힘은 청와대가 박근혜 정권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수백 명에 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해당 인사들에게 사퇴를 종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법조계는 이미 유죄가 확정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주목한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 사표를 종용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청와대가 새 임원 후보자를 추천하는 이메일과 문건, 내정된 인사가 채용 과정에서 떨어지자 청와대에서 관계자들을 불러 질책한 정황 등을 포착했다. 해당 문건들은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법정에서도 대부분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들여다보고 있는 산업부·교육부·통일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부처의 장·차관들이 산하 공공기관장들을 압박해 사표를 받았다는 점에서 앞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이 같은 행위를 총괄·지시한 ‘윗선’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이미 각 부처에서 사표를 냈던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고 윗선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언급하며 사퇴를 압박했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 핵심 인사인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검찰 수사 대상으로 접수되면서 검찰이 청와대 주도의 사퇴 종용 혐의점을 어느정도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2월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법리를 토대로 해 타 부처의 블랙리스트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은 지난달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이날 백 전 장관을 전격 소환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압수수색영장에는 산업부 관계자들이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하 기관장들에게 부당한 인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직권남용 혐의가 기재됐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는 백 전 장관 개인의 일탈이나 자의적 행동이 아닌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의 칼 끝이 전방위로 향하면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인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 행위를 직접 지시했거나,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사안을 인식하고 묵인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고검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정상적인 정부라면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대통령 보고를 건너뛰고 광범위한 사퇴종용 행위를 벌인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다만 문 전 대통령을 수사하려면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해야 하는 데 이는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관건은 윗선과 아랫선이 사퇴종용 관련해 수시로 소통을 주고받았단 증거를 찾아내는 것인데, 이후 대통령 기록물이 열람되면 이전 박근혜 정권 수사처럼 주요한 증거들을 추가로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체제하에서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된 만큼 검찰의 수사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본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권력형 비리 같이 어려운 수사는 검찰의 의지에 따라 수사 결과가 크게 좌지우지 된다”며 “검찰이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수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수사 성과 도출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가 충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