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한 곳도 "재개발해달라"…난감한 서울시, 규제 풀까
by하지나 기자
2021.01.28 12:50:04
2015년 이후 구역 지정無…시행령·조례보다 엄격한 기준 완화 필요성
호수밀도 60호→50호·노후 연면적 2/3→57% 조례개정안 발의
서울시, 규정 검토 필요성 공감…기준 완화엔 난색
도시재생사업 한계 지적도…뉴타운 되풀이될 가능성도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서울시 재개발 해제구역 170여곳 중 상당수가 다시 사업에 뛰어들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현재 이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중으로, 이 결과를 토대로 규제완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상반기 중 정비구역 해제지역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고 정비구역 지정 기준 완화에 대한 검토 의견을 시의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시의회는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강대호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하게 된다.
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정비구역 지정요건 완화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개발 정비사업의 구역지정 요건 중 ‘호수밀도’ 기준을 1ha당 ‘60호 이상’에서 ‘50호 이상’으로 완화하고, 시행령상 전체 연면적 합계의 ‘3분의 2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노후·불량 건축물의 연면적’ 기준을 이보다 10%포인트 완화한 ‘57%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2025년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도시정비법 시행령과 조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주거정비지수제’를 운영 중이다. 이로 인해 시행령상 선택항목이었던 ‘노후불량건축물 연면적 기준’이 필수항목으로 바뀌었다. 비율 자체는 60%로 시행령상 요건(3분의 2이상)보다 6.7%포인트 완화됐지만 선택항목이 필수항목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요건은 강화된 셈이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주민동의 △구역 면적(1만㎡ 이상) △노후도(3분의 2이상, 연면적 60% 이상) 요건을 필수적으로 충족하고 주거정비지수 70점(10점 이내 조정 가능)을 넘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2014년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을 끝으로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없다. 시의회 관계자는 “재개발 해제지역의 경우 자체적으로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서 현재 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생활 인프라 등 기반시설이 열악해 체계적인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형 도시재생 1호인 종로구 창신·숭인동 사업엔 서울시 예산 1000억원 가까운 투입됐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기반시설이 열악하다며 도시재생 활성화지구 변경 및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 구역은 공공재개발 사업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바 있다.
서울시도 2012년 이후 시행령 및 조례 개정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관련 규정 검토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을 완화할 경우 자칫 서울 전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묶여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신중한 입장이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주거지역들 가운데 노후불량건축물의 평균 연면적 비율은 67%이며, 강남구(56.5%) 동작구(53.9%)를 제외한 나머지 23개 자치구 평균치는 모두 57%를 초과한다. 호수 밀도 역시 서울시 평균 1ha당 47호로 ‘50호’와 큰 차이가 없다. 이를 기준으로 과도하게 밀집된 지역을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구역이 해제된 지역도 결국 주민들이 재개발을 반대했기 때문”이라면서 “구역 지정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주민 동의가 없으면 사업 재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2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재개발 구역 해제는 토지 등 소유자의 30% 이상이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시가 구역지정을 검토 중인 구역은 22곳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구역지정된 곳은 없다. 정비구역 지정 기준보다는 주택경기 영향이나 사전타당성 과정 및 주민들의 재개발 추진 의사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가 규제완화 검토에 착수한 것은 2015년 이후 새로 구역 지정된 곳이 전무할 정도로 정비구역 지정 기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최근 정부가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고밀개발 등 다양한 도심 내 공급대책을 쏟아내고 있는데다 올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잇따라 정비사업 활성화를 공약을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이 무분별하게 추진될 경우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개발 해제 지역의 경우 재생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과거 1000여곳이 넘게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경우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