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렘데시비르 긴급사용승인…국내 코로나19 관련株 판도 바뀌나

by권효중 기자
2020.05.04 16:24:34

FDA, 렘데시비르 코로나19 중증 환자 대상 긴급사용승인
원료 ''뉴클레오시드'' 생산하는 파미셀 ''上''
증권가 "개발·임상 소식 대신 실질적인 접근 필요"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에볼라 치료제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함에 따라 국내 관련주들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치료제 부재’라는 상황이 일단락된 만큼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관련주에 대한 선별적 접근을 조언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FDA는 렘데시비르를 중증 이상의 코로나19 환자에 한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FDA 측은 호흡 장애로 인해 인공호흡기 등을 필요로 하는 중증 입원 환자들을 위해 특별히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렘데시비르는 실험실 연구를 통해 사스(SARS)와 메르스(MERS) 등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올해 1월에는 중국에 제공되는 등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렘데시비르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10개 국가에서 임상실험이 진행중이다.

이에 4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렘데시비르 관련주’로 분류되던 종목들이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렘데시비르의 원료인 ‘뉴클레시오드’를 생산하는 파미셀(005690)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파미셀은 이날 상한가까지 오른 2만4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길리어드 측이 FDA의 긴급사용승인에 맞춰 이달 말까지 렘데시비르 생산량을 150만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생산량 증가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파미셀은 지난 3월 말 처음으로 뉴클레시오드를 생산하고 있으며 글로벌 뉴클레오시드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5거래일만에 주가가 121% 이상 올랐다. 코로나19 치료에 유효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보도에 주가는 꾸준히 올라 지난달 21일에는 2만5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다. 그 후 지난달 24일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 초안을 근거로 렘데시비르 임상실패설을 보도하자 하루 만에 13%가 빠지며 다소 주춤하던 것이 이날 급등세에 힘입어 5거래일 만에 다시 2만원대를 회복, 52주 신고가 경신을 다시 코앞에 두고 있다.



이날 파미셀 외에도 코로나19 치료제 관련주들은 대부분 오름세로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중인 미국 이노비오가 2대 주주이자 협력사로 있는 진원생명과학(011000)도 9.14%(850원) 올라 1만1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또한 렘데시비르 외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말라리아 치료제(클로로퀸) 관련주로 분류되던 신풍제약(019170), 신풍제약우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5.27%, 28.77%씩 올랐다.

반면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치료제 및 개발을 위한 국책과제의 우선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셀트리온(068270)은 전 거래일 대비 3.33%(7000원) 내린 20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쳤으며, 동시 선정된 비상장사 SK바이오사이언스의 관련주로 여겨지는 SK케미칼(285130)은 2.83%(2200원) 하락한 7만5500원으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확실한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이 정리된 만큼 추후 코로나19 관련주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렘데시비르의 효능이 좋고 나쁨을 떠나 일단 승인이 이뤄지면 치료제 부재로 인한 불확실성은 일단락되는 것”이라며 “각종 치료제 개발과 임상 소식이 아니라 근본적인 ‘코로나19 이후’에 관련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사용승인이 곧 치료제로서 인정받은 것은 아닌데다가 여기에 한국으로의 도입 역시 아직은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에 원료 생산이나 협력 가능 업체 등 선별적 접근이 유효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료 공급의 경우 현재로서는 협력사들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한양행(000100), 에스티팜(237690) 등이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일부 코로나19 치료 테마 업체들 경우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