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일]④유일한 자랑, 증시랠리도 내세우기엔…

by김형욱 기자
2017.04.27 12:19:00

100일 뉴욕 증시 상승률 전임 오바마 2기 못미쳐
전문가들도 ‘글로벌 경기 회복 덕분’ 평가절하
조기 법인세 감세 깜짝 카드…연내 통과 어려워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핵심 공약이 법원·의회에서 좌초되며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100일. 그가 이 기간 내세우는 사실상 유일한 자랑거리는 뉴욕 증시의 상승 랠리다. 실제 다우존스 산업30 지수는 그가 취임한 1월20일 이후 96일째를 맞는 지난 24일(현지시간)까지 6.40% 올랐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5.52% 올랐다.

그러나 이 역시 자세히 뜯어보면 과대포장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당장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S&P500은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1기 첫 100일 동안 8.39% 올랐다. 2기 첫 100일 때도 6.51% 올랐다. 1930~1940년대 프랭클린 D. 루즈벨트와 1961년 존 F. 케네디에 이은 역대 4, 6위 기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분야에 걸쳐 오바마 정책을 비난하며 개정에 나선 걸 고려하면 미진한 성적표다.

1923년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100일 미국 뉴욕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 순위. /다우존스데이터


트럼프 대통령의 실적 역시 절대적으로 나쁘진 않다. 오히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중상위권이다. 96일차 기준 S&P500이 생긴 1923년 이후 역대 23명의 대통령 중 오바마의 뒤를 잇는 7위다. 다우존스 역시 오바마 2기-케네디 전 대통령에 이은 8위(총 31명)다. 더욱이 당선 시점인 지난해 11월9일부터 고려하면 다우존스와 S&P는 각각 14.53%, 11.64% 올랐다.



그러나 이 역시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이라기보다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데 따른 글로벌 경기 개선과 대통령 당선 후 증시가 오르는 ‘허니문 랠리’가 맞물린 결과일 뿐이라는 혹평도 뒤따른다. 물론 당선 초기 대대적 감세와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같은 트럼프의 경제 공약 기대감도 증시 상승을 이끌었으나 이 역시 그의 초기 핵심 정책이 잇따라 좌초하며 더 이상 증시 부양을 이끌지 못한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직후 서명했던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에 막혔고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트럼프케어 역시 공화당 내 반대로 의회 통과에 실패했다. 행정명령이나 입법안은 모두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이중 상당 수는 원론적인 내용이고 핵심 정책이 담긴 건 대부분 법원과 의회 앞에서 좌절됐다.

트럼프 정부는 이에 100일차를 사흘 앞둔 26일 법인세를 현 35%에서 15%로 낮추는 세제 개혁안을 내놨으나 그 효과는 미지수다. 오히려 시장에선 지금까지의 주식시장이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과열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수개월 내 지금까지의 상승분을 반납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현재로선 감세 추진에 따른 재정적자를 우려한 공화당 매파를 설득할 가능성이 낮다. 미 싱크탱크 조세재단은 트럼프 정부의 계획대로 법인세를 낮춘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2조2000억달러(약 2483조원)의 세수가 사라지리라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복수 전문가의 전망을 인용해 “증시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면서도 “트럼프 정책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인 달러 가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그의 당선 후 4.4% 올랐으나 올 들어선 지난 25일까지 3.4% 내리며 상승 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21일 언론의 취임 100일 평가 전망에 대해 ‘멍청한 (평가) 기준’이라고 폄훼하면서도 ‘많은 것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앞선 2월 말 뉴욕 증시가 상승 랠리일 땐 ‘미국 경기의 낙관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상승 랠리가 꺾인 지난달 말에는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하나의 지표는 전체 경제의 기준이 아니다’라며 주가를 통한 정부 평가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해 유세 모습.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