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담뱃값 인상 1년..금연에 성공했나요?

by임현영 기자
2015.12.09 14:48:08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저도 한 두달 담배 끊으려고 버둥대다 말았죠, 뭐. 솔직히 정부가 국민 건강위해 담뱃값 올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얼마 전 만난 흡연자 지인과 나눈 얘기다. 그 역시 연초 전자담배까지 사면서 금연을 시도했지만 두 달만에 다시 담배를 물었다고 전했다.

담뱃값이 오른 지 1년 가까이 지났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1일 부로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무려 80%나 한꺼번에 올리는 탓에 논란이 뒤따랐다. 하지만 건강이라는 명분이 모든 것을 덮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취지대로 흡연 인구가 대폭 감소했을까. 참고로 정부는 담뱃값을 올리면 담배 소비량이 34%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이미 나온 통계로만 따져봐도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다. 담배 판매량은 예년의 80%를 회복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판매량이 반토막 났지만 3분기들어 -17.1%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담배 소비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시간문제다.



담배 판매의 회복은 자연히 세금 확보로 이어졌다. 상반기 기획재정부는 담배 판매로 작년보다 1조21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뒀다. 관련업계도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KT&G(033780)의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3%오르고 대표적인 담배 소매창구인 편의점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대비 평균 100% 뛰었다.

반면 금연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내년도 책정된 금연관련 예산은 2360억원으로 올해(2475억원)보다 5% 감소했다. 정부가 흡연예방 교육을 받는 학교 수를 슬그머니 줄였기 때문이다. 국민의 보건복지 향상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다는 정부의 거짓말은 그대로 드러났다.

담배에 붙는 세금은 대표적인 ‘죄악세’다. 죄악세는 옛부터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가 애용했던 세금징수 방법이다. 조세저항이 적고 사회적 비용 감소 등과 같은 명분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 1년만에 흡연률이 회복하고 정부가 금연관련 예산마저 줄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애초 내건 ‘국민의 건강’이라는 명분마저 놓치게 된다. 오히려 이를 내세워 관련업계 이익과 손쉬운 세수확보 수단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