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룡마을 화재, 3년 방치된 '환기모터' 합선 원인

by양희동 기자
2014.08.20 16:07:04

소방당국 7월28일 구룡마을 카센터 화재 '합선' 결론
주인과 종업원 등 모터 존재 잊어 3년 넘게 방치
전원 켜진 상태에서 여름철 고온으로 배선 녹아

△지난달 28일 구룡마을 3지구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의 한 카센터에서 발생했던 화재는 환기모터 합선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20일 서울시와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 오전 10시 29분쯤 구룡마을 3지구(개포동 584-2)내 신영카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자동차 도장부스 지붕 위에 방치돼 있던 환기모터 전기배선 합선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당시 카센터에서 시작된 불은 인근 주택 6채를 태웠다.

강남구는 화재 당일 구룡마을에서 6가구·1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며 서울시에 이주비 지급 및 임대주택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같은날 구룡마을 비리와 연루된 혐의가 있다며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과 SH공사 직원 등 5명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화재의 원인이 된 환기모터가 자동차 도장부스 지붕 위에 있지만 카센터 주인과 직원들이 모두 존재 자체를 잊어버려 3년 넘게 방치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환기모터가 3년 이상 전원이 켜진 채로 떡솜과 차양막 위에서 놓여 있었고, 여름철 열기로 철파이프와 비닐로 덮은 지붕이 가열되면서 전기배선이 합선됐을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무허가 건물이 밀집해 있는 구룡마을은 특성상 작은 불씨가 대규모 화재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4일 도시개발구역이 해제된 구룡마을은 이후 토지주들이 혼용방식(현금 보상 및 일부 환지)의 민영 개발안을 강남구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19일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100% 수용·사용방식(현금 보상)의 공영개발을 추진하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신 구청장은 호소문에서 서울시가 수용·사용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남구가 직접 개발에 나서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갖춘 개발 제안서를 입안해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