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풍향계로 작동하는 '7.30 재보선'
by이도형 기자
2014.07.01 18:31:24
| 1일 오후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에서 윤상현 공심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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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워크숍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246호실에서 김한길(오른쪽부터), 안철수 공동대표, 주승용 사무총장이 논의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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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오는 7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치를 15개의 지역구가 1일 확정됐다. ‘미니 총선급’으로 격상된 이번 재보선은 선거 결과에도 시선이 집중되지만, 선거를 둘러싼 각 당의 모습도 관심을 끈다.
재보선 전후로 드러나는 각 당의 내부 모습은 현재의 역학관계는 물론, 이후 정국 방향을 점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 가능하다. 재보선 공천을 두고 비박-친박 간 해묵은 역학 관계가 재부상할 조짐을 보이는 여당이나, 차기 대권 주자들의 ‘1차전’ 양상을 띄는 야권 모두 재보선을 통해 드러나는 ‘민낯’들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다시 시끄러웠다. 지난 달 30일 발표된 당 공천심사위원회의 1차 공천 결정 때문이었다. 공심위는 경기 평택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당이 공천 방침으로 정한 ‘공천 일꾼론’과 맞지 않는다”며 탈락시켰다.
공교롭게도 임 전 실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이(親李·친이명박계)인사로 현재 당 주류인 친박(親朴·친 박근혜계)계 인사들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이 때문인지, ‘당 지도부가 자기들과 껄끄러운 인사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임 전 실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대통령을 모시면서 장관과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에 ‘너만은 절대 안 된다’는 얘기인가”며 “어쩌다가 당이 이 지경이 됐는가”고 비판했다. 그는 무소속 출마까지 시사했다.
거기에다 대표적인 비박계 인사 중 하나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도 당 주류에 대한 불만을 김 전 지사가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07년 이래 뿌리가 깊게 자란 친이-친박 간 갈등이 비박-친박으로 이름만 바뀌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당 지도부는 ‘비박 배제론’을 일단 일축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공천심사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탈 계파 공천을 하겠다”며 “공천심사에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친이도 없고 친박도 없고, 친이라고 해서 배제하지 않고, 친박이라고 해서 선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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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은 공천과정에서부터 딜레마에 부딪히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인물들이 공교롭게도 재보선 공천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천과 선거결과에 따라 이들의 당내 지분은 물론, 선거 영향력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해묵은 계파싸움도 돌출되고 있다.
당내 지분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측근들이 똑같이 출사표를 던졌다. 안 공동대표의 최측근으로 공인받는 금태섭 대변인은 서울 동작을에, 박 시장의 측근인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광주 광산 을에 후보 등록을 했다.
이들이 실제로 공천장을 거머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 대변인이 ‘동작 을 전략공천’ 가능성을 거론하자, 이 지역구 후보 신청자 5명은 집단으로 성명서를 내고 “새 인물은 전략공천이라는 낡은 틀이 아니라 경선이라는 새로운 틀에서만 빛을 발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기 전 부시장 역시 당 중진인 천정배 전 의원이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어려운 싸움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대권 후보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선거를 통해 영향력을 검증받는다. 경기 수원 병(팔달)에 출마가 거론되는 손 고문은 자신의 수도권 경쟁력이 재확인되고 충남 서산·태안이 재보선에 포함되면서 안 지사 역시 다른 후보들까지 당선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검증된다.
‘잠룡들의 1차전’속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내 해묵은 계파싸움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공천 신청을 한 당 내 후보군들을 두고 계파를 따지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갈등은 물론 심할 경우 계파간 나눠먹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