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기간 속 `정부 책임론` 퍼부은 여야…野, 국정조사도 만지작(종합)

by이상원 기자
2022.11.02 17:17:36

野, 애도→강공 모드 전환
"尹, 이상민·윤희근 파면해야"
與, 녹취록 공개에 여론 의식
"윤희근 책임져야"…이상민 경질엔 신중
국가적 참사 정쟁화에 역풍 우려도

[이데일리 이상원 배진솔 기자] 희생자 수가 156명에 이른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설전을 자제해 온 여야가 2일 ‘정부 책임론’에 한목소리를 내며 군불을 땠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의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의 파면을 요구하며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애도와 사태 수습을 최우선 기조로 두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때리기’로 강공 모드로 전환하며 국정조사 추진까지 시사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정부의 책임 회피 발언으로 등 돌린 여론을 의식한 듯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민주당은 연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를 추궁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정부 책임론’ 거듭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번 참사 전후 국가와 지자체 대처를 꼼꼼히 살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법적, 행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엄정히 물을 것을 시사했다.

특히 민주당은 경찰청이 전날 공개한 사건 당일 112 녹취록을 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즉각 파면을 요청했다. 경찰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이어간 민주당은 사태의 총 책임자를 윤 대통령으로 지목, 윤 대통령에게 이 장관과 윤 청장의 거취를 속히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긴급 대표단 회의에서 “부실 대응으로 인재를 야기한 당사자들이 연일 입만 열면 책임회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진실의 문이 열리고 있다”며 이 장관과 윤 청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파면 주장에 힘을 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사퇴 촉구도 이어졌다. 오 시장이 전날 112 녹취록이 공개되자 급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준비해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고 질타한 민주당은 “무대책 서울시를 만든 오세훈 시장은 사퇴하라. 아이들을 굶긴 죄도 크지만 사지로 내몬 죄가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번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를 검토 중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민주당은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원내 핵심 관계자도 “여당에서도 반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각 상임위 현안 질의 외 구체적 진상 규명을 위한 방안을 당내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를 예정된 오는 10일에서 7일로 당기며 이 장관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는 등 후속 대응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대표단 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사진=뉴스1)
‘추궁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참사 이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온 국민의힘도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자 책임 추궁 모드로 전환했다. 사고 수습 이후 본격적으로 여당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며 기조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사가 끝나는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정부 방침에 맞춰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는 오는 5일 이후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네 번이나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의 현장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기동대 병력 충원 등 충분한 현장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전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사건 수습과 유족 보호와 위로가 급선무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며 용산구·서울시·용산경찰서·서울경찰청에 책임을 물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 장관까지 경질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파면과 경질이 이뤄지기 전 충분한 사태 파악이 먼저”라며 “사과와 별도로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애도 기간 중 여야의 ‘정부 때리기’ 공세 수위가 연일 격화되는 가운데 국가적 참사를 정쟁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원인 규명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누구 하나를 끌어내리기 위한 모습은 오히려 좋지 않은 모습”이라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진석(오른쪽에서 두 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