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지속되는 우울감... 코로나블루로 이어질 수 있어

by이순용 기자
2020.03.23 14:25:48

공포는 생존이라는 순기능을 갖고 있고
공포는 원초적이어서 하등동물에게도 있다

[김재진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요즘 진료 중 환자들에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코로나 무서워서 집에만 있으려니 너무 답답해요.” 코로나 공포에 빠진 것이다. 이런 공포는 근간의 특수 상황이지만, 사실 사람들은 평상시에도 여러 가지의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 광장공포, 사회공포, 무대공포, 고소공포, 폐소공포, 비행공포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공통적 특징은 아무렇지 않다가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직면할 때만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공포는 불안한 마음, 신

김재진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체적 떨림,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 부정적 반응을 수반하므로 퇴치해야 한다.

그러나 공포는 생존이라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공포 감정은 매우 원초적 이어서 하등동물에게도 있다. 적으로부터 도피하게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뇌에서 ‘편도’라 불리는 영역이 그 기능을 담당한다. 편도를 제거한 쥐를 고양이와 같이 두면,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아 이내 잡혀 죽고 만다. 자연 세계에 육식동물이 존재하는 한, 모든 동물은 생존을 위해 편도라는 뇌영역과 공포라는 정서가 필요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산길을 걷다가 뱀을 만나면 놀라서 움츠리게 된다. 행동의 선후 관계를 보면 반사적 회피가 먼저이고, 이어서 뱀에 대한 무서운 느낌이 생긴다. 즉, 공포 반응이 무의식적 반사 행동으로 표출돼 뱀에 물리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공포는 생존에 필수적이다. 이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 공포의 순기능은 우리 사회의 생존이다. 코로나가 무섭기에 조심하게 되고, 그 결과 전염병의 확산을 막게 된다.

마스크 대란도 어찌 보면 이런 생존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요즘에 유럽에서 코로나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유럽인들 사이에 코로나 공포가 상대적 적었던 것이 그 원인의 하나임이 제기되고 있다. 공포가 대중에 일반화되지 않아 마스크 대란도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 결과 생존 위협의 단계에 빠지게 되었고, 뒤늦게 특단의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한편, 공포는 일상생활의 위협이라는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한다. 정도가 과도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면 공포증이라 진단된다. 코로나도 마찬가지이다. 집에만 머무르면 가장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왠지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답답함을 느낀다. 불안 상태가 지속되면 기력이 떨어져 우울감에 빠진다. 코로나블루가 오는 것이다. 여기에 비이성적 논리 비약이 공포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 공포가 너무 심해 입원치료까지 받아야 했던 주부가 있었다. 극심한 공황 증상을 겪었는데, 문제의 시작은 자신이 코로나에 걸려 고3 자식에게 옮겨 입시에 지장을 줄지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감정에 압도되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진다. 현재는 완전히 회복되어 일상을 되찾았다. 거주지 주변 코로나 발생에 대한 재난 문자가 계속 날라와 공포가 조장되는 상황인데도 이제 담담하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뉴스를 너무 많이 봤나 봐요.” 회복후 그 환자가 남긴 말이다. 과도한 공포에 빠지지 않으려면 반복적 자극을 피해야 한다. 종일 뉴스를 시청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가끔의 확인으로 충분하다. 대신 운동을 통한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운동은 비이성적 생각을 예방한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실내 운동을 피하신다면, 야외에서 혼자 걷기를 권고한다. 사람들과는 마스크라는 차단막을 두고 소통하되, 사람과 떨어진 자연의 공기와는 차단막 없이 온전히 소통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