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절차 돌입..지역 님비 논란

by최훈길 기자
2016.07.25 16:00:00

총리 주재 원자력진흥위, 방폐장 기본계획안 첫 확정
올해부터 2028년까지 부지선정 진행..차차기 정부서 윤곽
2053년 가동 전까지 원전 부지에 임시저장시설 증설키로
지역민 "증설 반대, 소송 추진" Vs 정부 "님비 심각, 계획대로 추진"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고농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고준위 방폐장)에 대한 정책 로드맵을 처음으로 확정했다. 2028년까지 진행 예정인 부지 선정절차에 첫발을 뗀 셈이다. 주민들은 위법적 요소가 있는 불통(不通) 정책이라며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지역 이기주의 차원의 님비(NIMBY) 현상이 심각하다며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을 심의·확정했다. 고준위 방폐장 관련 전반적인 로드맵이 처음으로 확정됐다. 앞으로 관계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는 구체적인 후속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해당 기본계획에는 부지선정, 관리시설 설치 등 고준위 방폐장 관련 로드맵이 담겼다. 지난 5월 산업부가 행정예고한 내용에 주민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가됐다.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차차기 정부 마지막 해인 2028년까지 12년간 부지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적합지역 배제→부지 공모→부지 기본조사→주민의사 확인 절차까지 8년, 부지 심층조사에 4년이 걸릴 전망이다. 대상지역 1곳에 대한 심층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차차기 정부에서 사실상 부지 윤곽이 보일 전망이다.

학계·언론·법조·시민단체 등 20명 이내로 구성된 부지선정 실행기구인 (가칭)‘관리시설전략위원회’와 기획추진단을 신설해 이를 진행하게 된다. 부지가 선정되면 정부는 중간저장시설을 7년간 건설해 2035년부터,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원전 내 임시로 건식 방식의 단기저장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보관하기로 했다. 추가로 설치되는 단기저장시설에만 적용한 주민 지원 방안을 기존 단기저장시설까지 확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미래원자력시스템 추진전략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량·처분면적 및 관리기간 최소화를 위한 기술개발 내용이 담겼다. 이는 2008년 수립된 ‘미래원자력시스템 장기 추진계획’을 보완한 것이다. 우선 2020년까지 한미 공동으로 파이로 기술의 타당성을 입증한 뒤 본격적인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파이로(pyro) 기술은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를 재활용하는 방안이다.



앞으로 정부는 부지 선정 절차 등을 담은 (가칭)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연내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어 입법과정에서 지역설명회 등을 열고 해당 제정안이 통과되면 본격적으로 로드맵을 시행한 뒤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영광·고창·경주·영덕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종교계 인사들은 이날 산업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방폐장 기본계획이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은 유치지역 안에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방폐장유치지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김용국 한빛원전범국민대책위 해양팀장은 “단기저장시설도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폐물) 관련 시설’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기본계획은 기존 법과 충돌한다”며 “그동안 짝퉁부품으로 안전성 문제가 잇따라 신뢰를 잃은 상황인데, 지역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되는 증설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열린 공청회는 주민 반발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파행을 빚었고 이견이 심해 전 지역민 대상 지역설명회조차 열리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충분히 의견수렴을 진행했고 법적 문제도 없다고 반박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갈등 관리·소통 측면에서 책임이 없진 않지만 갈수록 님비 현상이 과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안전성·소통을 중시하되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황 총리는 “원자력 발전의 규모가 확대되고 운영 실적이 쌓여가면서 방사성폐기물 관리라는 과제가 우리에게 남겨졌다. 이제는 정부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관리대책을 수립해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국민과 소통하며 고준위 방폐물 관리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