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우려에 韓 금융시장 출렁

by이민정 기자
2015.06.29 16:31:26

정부 "한국 경제에 미치는영향 제한적"
전문가들 "자금유출 정도 예측 못해 불확실성 커"
코스피 30포인트 급락, 원달러 8.4원 급등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그리스가 오는 30일(현지시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유로(약 1조8596억원)를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그리스 디폴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당장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안전자산 선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파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9일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모인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그리스와의 제한적인 교역·금융 규모, 우리의 견조한 대외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그리스발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스의 한국 경제 내 비중은 2014년말 기준 수출 0.2%이고 한국의 해외투자 가운데 그리스 비중은 0.8% 수준에 그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당장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통상적으로 대외충격에 취약한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을 빼내 미국과 일본 등 비교적 안전한 선진국 시장으로 투자 자금을 옮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터질 경우 위험자산 기피심리가 커지면서 신흥국의 자금을 빼서 미국이나 일본 등 안전한 곳에 투자 비중을 높이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건전하고 수익률도 선진국보다 높은 신흥국 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선진국 등 안전한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기로 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 자금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행태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한국은 대외충격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려 자금을 무조건 빼야하는 신흥 국가로 인식이 돼 있지는 않고, 한국의 그리스 투자 비중도 그리스 디폴트로 만약 자금을 회수 못했을 때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 한국이 투자 선진국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조정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지고, 자금 유출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에 대해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스 디폴트로 촉발되는 글로벌 금융불안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확산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금융시장의 잠재 위험이다. 만약 이번 사태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유럽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후 연내 미국금리 인상과 맞물린다면 자금흐름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그리스 디폴트는 예견된 상황이고 금융시장에 그 충격이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이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 가운데 그리스 디폴트는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충격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고 자본유출 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그 영향에 대한 분석이 아직까지 충분하지 않아 파장에 대해 예상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금융 및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유럽 전체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유럽연합(EU) 성장률이 전년 대비 0.1%포인트 감소하고, 원·유로 환율은 1.0%포인트 내리면서 한국의 EU 수출도 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가시화될 경우 유럽 경제 회복이 둔화되면서 한국의 EU 수출은 전년대비 7.3%p 추가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리스 사태로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도 상승하면서 원·엔 재정환율을 떨어뜨려 우리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이날 국내 금융시장은 들썩였다. 외국인들이 매도가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전일대비 29.77포인트(1.42% )나 떨어지면서 2060.49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전거래일 대비 2.33%(17.46포인트) 하락해 733.04에 거래를 마쳤다. 안전자산 선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주 금요일보다 8.40원 급등해 1달러당 1125.30원에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