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허위자백 강요…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 인권침해 판단
by김세연 기자
2024.09.10 14:40:09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결정
잠도 안 재우고 ‘고문’에 ‘허위자백 강요’까지
이신하 시인 등 국보법 위반 수사도 `인권침해`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민간인 재일동포가 간첩으로 몰려 불법구금, 가혹행위에 시달린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제86차 위원회에서 ‘재일동포 이수희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진실규명대상자인 이수희씨는 1975년 간첩 혐의로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에 수사를 받는 약 1달 간 불법구금 상태로 가혹행위를 당했다. 보안사가 이씨를 잠도 재우지 않고 가족과 변호사의 면회도 막은 채 허위자백까지 강요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보안사가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었음에도 불법구금, 고문, 허위자백 등 가혹행위로 위법한 수사를 이어갔다고 판단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관계자는 “보안사가 피해자 및 가족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또한 “피해자와 그 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심 등 조치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씨는 재일동포 유학생 시절 공작지도원에게 지시를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보안사 수사를 받은 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의 형을 선고받은 받은 바 있다. 재일동포 유학생들을 간첩으로 조작했던 고문 수사관 고병천씨에 대해서는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진실화해위는 1984년 교과서에 기재된 정부의 통일정책을 분석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를 당한 노모씨 등 당시 현역 교사 9명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1987년 사회과학전문지 ‘녹두서평’에 장편 연작시 ‘한라산’을 게재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다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에 시달린 이신하 시인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