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니 공매도 기승…코스닥 바이오株에 집중

by최정희 기자
2018.01.30 16:26:29

셀트리온 공매도 1.5조로 가장 많아.."주가 오르면서 손해"
카카오·삼성전자·현대차 등도 공매도 커져
한샘·GS리테일 등은 공매도 비중 높아..`주의 필요`

(출처: 마켓포인트) *코스피·코스닥 통합, 1월 1~29일까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하자 공매도 거래금액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주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한 셀트리온(068270) 등 바이오주(株)와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등 업황 악화 우려가 큰 종목에 집중됐다. 차후 공매도 물량으로 출회할 가능성이 있는 대차거래 상위 종목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이를 증시 하락 조정 가능성을 높이는 악재로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현재로선 한샘(009240), GS리테일(007070) 등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주가 약세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공매도 거래금액은 일일 1800억원대로 감소하다 올 들어 점차 증가하더니 29일엔 42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일일 공매도 금액이 한 달새 두 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돌파하고 코스닥도 920선을 넘어서며 한 달새 5%대, 16%대씩 급등하자 하락 조정에 베팅한 세력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은 1월 한 달(1~29일)만 보면 공매도 투자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신라젠(215600) 등 코스닥 바이오주를 집중적으로 공매도했는데 이들 종목은 이달 들어 외려 주가가 올라버렸다. 특히 셀트리온에만 1조5600억원의 공매도가 몰렸으나 셀트리온의 공매도 평균 금액(29만 7956원)과 현재 주가(32만 6600원)를 비교할 경우 마이너스 8.8%의 수익률이 예상된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LG디스플레이(034220) 등에도 2000억~3000억원대의 공매도가 발생했다. 현대차(005380)와 현대모비스(012330) 등에도 1000억원대 중후반의 공매도가 있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대형주들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데다 향후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종목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들도 공매도 평균금액보다는 현재 주가가 오르면서 손실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공매도 물량으로 출회할 가능성이 큰 주식 차입잔액도 증가세다. 29일 기준 대차잔액은 72조2300억원 수준으로 한 달 전(61조1000억원)보다 18.2% 급증했다. 대차잔액은 결제나 차익·헤지 거래 또는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어 무조건 공매도로 출회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은 공매도로 나올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대차잔고 상위 1위 종목은 셀트리온으로 5조12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어 SK하이닉스(2조22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조7400억원), LG디스플레이(1조2000억원), 신라젠(1조원) 등의 순으로 대차잔고가 집계되면서 1월 공매도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공매도 금액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보단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단 지적이다.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이 높으면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가 많단 얘기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달 공매도 금액 비중이 31.3%로 가장 높은 종목은 한샘(009240)으로 조사됐다. 한샘은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이달 저점에서 고점까지 13%가량 상승하다 다시 떨어지고 있다. GS리테일(007070), 카카오 등도 각각 21.7%, 20.0%를 기록해 공매도 비중이 높은 편에 속했다. 현대위아(011210), 한섬(020000), 넷마블게임즈(251270) 등도 10%중후반대의 공매도 비중을 보였다. 기아차(000270)도 공매도 비중이 11%대로 높았다.

김경훈 SK증권 연구원은 “대형주들은 시가총액이 크다보니 거래대금이나 공매도 금액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봐야 한다”며 “한샘 등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들은 실적이 안 나왔음에도 주가만 오른 상태인 경우가 많아 헷지 측면의 공매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