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보수적 산정 보험사 반발 의식…'예외'도 허용
by김국배 기자
2024.11.07 10:00:13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확정
완납 시점 해지율 0% 수렴하는
로그-선형 '원칙 모형' 제시
타 모형 선택 땐 엄격한 요건 적용
보험료 인상 불가피할 전망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올 연말 결산부터 보험사는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그간 보험사가 해지율을 높게 추정하는 방식으로 순이익을 늘린단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대다수 보험사의 반발을 의식해 조건을 달아 다른 방법론(모형)을 쓸 길도 열어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7일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해외 사례·산업 통계에 비춰 로그-선형 모형을 원칙 모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논의한 결과다.
무·저해지 상품은 납입 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이런 특성으로 해지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험 통계 부재를 이유로 보험사가 해지율 가정을 단기 실적에 유리하게 가정해왔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로그-선형 모형은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모형이다. 완납 후 최종 해지율은 해외 통계를 고려해 0.8% 등을 적용한다.
그동안 대다수 보험사는 이런 당국 안을 적용한다면 수익성, 건전성 지표가 크게 나빠진다며 반대해왔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금융당국은 다른 모형을 쓸 길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 만약 다른 모형(선형-로그, 로그-로그 모형에 한정)을 적용하려면 감사보고서와 경영 공시에 합리적 채택 근거와 원칙 모형과의 차이(보험계약마진, 지급여력비율, 당기순이익 등)를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또 금감원이 이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예외 모형을 선택한 모든 회사에 대해 현장 점검을 하고 계리 법인에 대해서도 감리 근거를 신설해 외부 검증의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원칙 모형을 제시하면서 타 모형의 사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면 ‘자율적으로 최적 가정을 한 뒤 책임을 진다’는 IFRS17에 위배할 수 있다 보니 예외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겠느냐”며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업계 전체의 ‘예실차’가 커지면 책임론이 불거질 텐데 예외 허용으로 책임 소지도 분산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다른 모형을 적용하는 요건을 엄격하게 보면서 원칙 모형을 쓰게 유도하겠다는 뜻이지만 당국 안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보험사는 공시 부담을 무릅쓰고 다른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해지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무·저해지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격 상승 요인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다”며 “단기적으론 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로서 지속 가능한 상품을 개발해 주는 게 의미 있는 발전이라 보고 있다”고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과 관련해선 추가 해지를 설정하기로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 기간이 5~7년 정도로 짧으나 10년 시점에 보너스 등 부과로 환급률이 높은 종신보험이다. 소비자들이 사실상 저축성 상품처럼 인식해 보너스 수령 시 해지할 유인이 크다. 그럼에도 보너스 지급 시점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 해지를 고려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앞으로는 표준형 상품의 누적 유지율을 활용해 해지 수준을 역산하거나, 30% 이상으로 추가 해지를 설정해야 한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납 종신 판매 비중이 높은 일부 대형사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경과 기간·담보별로 구분해오던 손해율도 연령별로 구분해 산출하도록 했다. 자사 통계가 충분하면 경과기간별·연령별 손해율을 직접 산출하고, 직접 산출이 어려우면 경과기간별 연령 합산 손해율과 연령별 상대도를 활용해 간접 산출하게 된다.
금융당국이 이번 회계제도 개선안과 최근 시장 금리 하락 등을 반영해 재무 영향평가를 시행한 결과, 국고채 10년물 금리 3% 기준 보험업권의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대비 약 20%포인트 내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금융당국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