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수요집회 그대로…"이용수 할머니에 비난 말아달라"

by장영락 기자
2020.05.27 14:40:24

"검찰, 자료 임의제출 합의에도 압수수색"
"검찰 조사 진행 중이니 억측 자제해달라"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단체를 둘러싼 논란에도 수요집회를 이어갔다. 정의연은 자신들의 활동을 전면 비판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는 1441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이틀 전인 25일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연 활동방식을 강하게 비판한 가운데 이날 집회는 보통 때처럼 열렸다.

이나영 이사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최근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정리했다. 이 이시장은 “보수단체의 무차별 고소·고발에 지난 20~21일 이틀 동안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가 계시는 마포 쉼터에까지 들이닥쳤다”며 검찰의 급작스런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이사장은 “외부 회계 검증 절차를 추진하며 감사 자료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공익성·전문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누누이 약속한 뒤였다. 자료를 임의제출하기로 검찰과 합의한 터라 충격과 서글픔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도 전했다. 자료 임의 제출을 검찰과 합의했음에도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까지 진행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이 할머니에 대해서는 “기자회견을 안타까운 심경으로 지켜봤다.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그 깊은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를 우리 모두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다만 이 이사장은 “피해자의 고통이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돌아보며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이 할머니가 주장하는 정의연의 비위 의혹 등은 에둘러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이용수 인권운동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제발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이사장은 “그것이야말로 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도 지적했다. 이 이사장의 이같은 당부는 최근 정의연 논란이 진영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 할머니 주장 진정성에도 의심을 던지는 눈길이 나오자 이를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장은 “운동을 시작한 바로 그 시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오늘 수요시위에 섰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사태를 지켜보며 기약할 수 없는 미래를 다시 상상해보려고 한다”며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니 부디 더 이상의 억측과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집회 현장 인근에서는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 등 보수단체가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