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포]긴장감 도는 최전방, 대북 확성기 설치 현장 가보니

by김관용 기자
2016.01.08 17:00:10

중부전선 대북 확성기, GOP 바로 앞에 설치..정오부터 방송 재개
軍, 북 도발 대시 경계태세 강화 "도발시 강력 응징할 것"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8일 오전 11시 북한 접경 지역인 중부전선을 찾았다. 영하 10도, 체감온도 영하 18도의 매서운 추위 속에 방문한 중부전선은 고요한 가운데 긴장이 감돌았다. 이 곳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가 방송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우리 군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정오부터 10여 곳의 전방부대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가동했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적으로 재개하기 직전 중부전선 GOP 부대의 대북 확성기 시설을 언론에 공개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당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격상시켰다. 만약 확성기 타격시 이에 대해 응징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 만나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 이후 초소와 감시 설비를 늘렸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육군 장병이 중부전선에 위치한 대북확성기 위장막을 걷어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정오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은 FM자유의소리 DJ의 새해 금연 결심 관련 멘트로 시작됐다. 이후 우리 가요인 건아들의 ‘금연’과 리미와 감자의 ‘오빠 나 추워’ 등이 확성기를 통해 북녘으로 뻗어나갔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24시간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 2~6시간 불규칙적으로 이뤄진다”면서 “FM자유의소리 방송을 주로 송출하며 한국가요 CD 등을 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중부전선에 위치한 대북 확성기는 GOP 철책선 바로 앞에 설치돼 있다. 북한으로부터 불과 2Km 떨어진 곳이다. 24개의 소형 확성기를 붙여 하나의 커다란 스피커로 만들었다. 가로 3m, 세로 6m 규모의 대형 확성기다. 확성기 뒤로는 방음벽이 설치돼 있어 방음벽 뒤에서는 방송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확성기 송출 거리는 야간에는 전방 20Km 이상, 주간에는 10Km 이상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확성기 앞에는 1m 높이의 둔턱이 구축돼 있었다. 적의 포격으로부터 확성기 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둔턱 앞에 설치된 무인카메라를 통해 상황실에서 전방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확성기가 설치된 곳에서 수십m 떨어진 곳에 벙커형 시설로 방송실이 구축돼 있었다. 방송 운영 장비가 있는 곳이다. 방송 운영 장비 점검은 평시 상황에서는 하루 2번씩 실시한다고 했다.

방송실 문앞 쓰여진 “진실을알리자”라는 팻말이 눈에 띄였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사실에 입각해 북한을 비판한다는 우리 군의 입장을 반영하는 팻말이다.방송실 출입문 전방에는 방송을 위한 FM수신 안테나와 위성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평상시에는 방송실에도 병력을 배치하지만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할 때는 병력을 두지 않는다.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 때문이다.

중부전선에서 시설을 감시하는 김시완 일병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적이 이를 빌미로 추가 도발시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강조했다.

8일 정오 중부전선 대북 확성기 방송실에서 육군 장병이 방송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정부는 북한의 이번 4차 핵실험 도발이 지난 ‘8.25 남북합의’에 대한 중대 위반으로 규정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뉴스와 남한의 발전상, 북한의 실상, 남북동질성 회복, 북한 체제 비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일기예보와 라디오 드라마, 최신가요 등의 콘텐츠도 포홤된다.

우리 군은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해 8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한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언하며 우리 군에 강한 압박을 가했다. 실제로 북한은 대북 확성기에서 2km 가량 떨어진 곳에 포격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