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위에 행정부?' 청와대 판사 빼가기 인사 논란

by박형수 기자
2015.07.20 18:33:21

청와대,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이성호 법원장 내정

[이데일리 박형수 조용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황찬현 감사원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국가인권위원장도 현직 법관으로 내정하면서 청와대의 ‘법관 빼가기’ 인사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헌법상 삼권분립 정신을 침해하는 처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후임으로 이성호 법원장을 내정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3월 최성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2013년에는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했다.

법관을 고위 행정관료로 임명할 때마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청와대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시민단체 법인권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은 법조가 과잉 대표되는 현상을 심화시킨 조치”라고 지적했다.



황찬현 감사원장을 임명할 때부터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 훼손이라고 주장했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도 이번 인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인섭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사무처장은 “(고위 법관이 행정부로 가는 것이)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며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 때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수자 인권위원회 위원장인 장서연 변호사는 “현직 판사가 국가인권위원장이 된 것은 처음”이라며 “법관을 내정한 부분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관을 행정부 고위 관료로 발탁하다 보면 행정부가 사법부 위에 있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고, 법관 사이에서도 ‘줄대기’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도 적지 않은 데 법관이 정부 관료로 나아가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사법부의 재판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