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어린이 가족 안심하고 쉬세요" 도토리하우스 첫 문

by이지현 기자
2023.11.01 15:03:19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시작
독립형 어린이 단기입원센터 최초 시도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일 년 365일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장애를 가진 소아청소년 환아들이 최대 7일간 가족과 떨어져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독립형 어린이 단기돌봄의료시설로서는 국내 최초다. 간병 부담에 자신을 돌볼 여력이 없던 가족들이 한숨 돌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 종로구 원남동에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인 도토리하우스가 처음 문을 열었다. 도토리하우스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단기입원 및 돌봄치료센터다.

김민선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장이 입원 환아를 살피고 있다.(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아픈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를 돌보느라 자신도 다른 가족도 돌볼틈이 없는 게 일상이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아이를 두고 친정어머니의 장례에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사연, 본인이 암 판정을 받아도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 치료를 망설이는 부모의 사연에 서울대병원과 정부, 기업이 힘을 모아 해외 선진국의 ‘리스파이트(단기 휴식서비스)’ 시스템을 국내에서도 구축한 것이다.

넥슨재단이 내놓은 100억원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정부보조금 25억원을 투입해 당초 호텔 주차장 부지였던 곳을 5년만에 연면적 997㎡( 302평)의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설했다. 센터 내에는 총 16병상의 중증소아 단기입원병상 뿐 아니라 놀이치료실, 상담실 등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치료와 휴식을 지원하는 공간 등으로 조성했다.

센터에 입원하려면 24세 이하 소아청소년이면서 △자발적 이동 어려움 △의료적 요구(인공호흡기, 산소흡입, 기도흡인, 경장영양, 자가도뇨, 가정정맥영양) 필요 △급성기 질환 없는 안정 상태 등 이상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충족한다면 사전 외래를 통해 입원 지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서울대어린이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후 이용하면 된다. 서울대병원 소아환자를 우선하지 않는 기준도 마련했다. 입원은 1회 7박8일 이내, 연간 총 20박21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비용은 1일 2인실의 경우 16만2040원, 4인실 10만1280원이지만 이 중 5%만 환자 가족이 부담하면 된다. 나머지는 건강보험료에서 부담한다. 일주일 입원시 10만원 정도를 개인이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센터에는 24시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전문지식과 술기를 충분히 갖춘 간호인력을 배치해 안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류민주 수간호사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함께하고 싶어 이곳에 자원해 지난 3월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입소한 민수군 어머니 김혜선(가명)씨는 “저산소성 뇌병변으로 민수가 누워서 지내다 보니 큰아이와 무언가를 해본적이 없다”며 “민수가 도토리하우스에 있는 동안에 큰아이가 원하는 놀이동산도 캠핑도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은 “센터 개소가 전국의 중증 질환 환아들과 지속되는 간병으로 지친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미래인 어린이를 향한 진심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후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개소를 통해 의료 돌봄 시설 부재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