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 직원들, 법정에서도 “이태원참사, 재난안전법 적용대상 아냐”

by김범준 기자
2023.04.17 16:50:47

서울서부지법, 박희영 구청장 등 4인 2차 준비기일
“재난안전법 적용? 법리 검토 필요”
“코로나 시기 ‘감염법’ 근거 합동회의, 작년과 달라”
檢 수사보고서 증거 부동의…“주관적 의견”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지난해 핼러윈 축제 이태원 참사 당시 안전관리 등 대처가 미흡했다며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62·구속)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 관계자들이 재난안전법 적용 기준 등 세부적인 법리 검토를 요구했다. 또 검찰의 수사보고서를 문제삼아 수사기관의 주관적 의견이 다수 반영돼 있다며 증거 채택에 반대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월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17일 박 구청장과 유승재(57·불구속) 전 부구청장, 최원준(59·구속) 전 안전재난과장, 문인환(60·불구속) 전 안전건설교통국장 등 용산구청 주요 관계자 4명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쌍방의 입증 계획을 듣고 필요한 증거와 증인을 추리는 사전 절차다. 이날 박 구청장을 제외한 피고인 3명은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부는 박 구청장 등 용산구 관계자 피고인들의 재난관리와 주의 의무 여부를 주요 법리적 쟁점으로 꼽았다.

박 구청장 등은 ‘재난안전법’상 지역 축제는 주최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정된 것이므로, 이태원 핼러윈 축제와 같이 주최자 없는 경우 관련 법령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용산구가 2020년과 2021년에 실시한 민·관 합동 연석회의는 당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개최한 것으로, 지난해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진행한 사전 대책 회의와는 성격과 대응 방식 등이 달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재판부는 “이태원 외에 핼러윈 축제 기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강남역과 홍대 거리 등을 관할하는 강남구청과 마포구청의 사전 대비 상황을 함께 비교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주된 쟁점을 검찰에서 중점적으로 확인해달라”고 했다.

박 구청장은 재난·안전 관련 1차적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사고 당일 사상자 발생 이후 재난대응에 필요한 긴급지시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부적절한 대응 이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구청 직원을 통해 사고 현장 도착시간과 재난 대응 내용 등에 관한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배포한 혐의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 등 용산구 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보고서에는 수사기관의 주관적 의견이 반영돼 있다며 검찰 측이 제출한 법정에서 살펴볼 증거로서의 채택에 반대했다. 다만 피고인과 참고인들의 진술은 대부분 증거로 채택했다.

이들 4인에 다음 재판(1차 공판기일)은 다음달 15일에 열린다. 재판부는 오는 첫 공판기일에서 이태원 참사 당일 용산구청 당직사령으로 근무했던 조원재 주무관에 대한 첫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