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잘려나간 인천 을왕산, 경제자유구역 문제로 복구 지연

by이종일 기자
2023.01.09 17:13:06

항공기 안전 위해 56만㎡ 깎아내
절토 뒤 8년 지났지만 아직 복구 안돼
복구 의무, 공항공사→인천경제청
경제자유구역 재지정 반대로 하세월

정상 부근이 깎인 인천 중구 용유도 을왕산 전경. (사진 = 인천경제청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공항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해 정상 부근 절반이 잘려나간 인천 중구 용유도 을왕산의 절토지 복구가 경제자유구역 지정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을왕산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재지정한 뒤 복합영상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통해 절토지를 복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의 반대로 경제자유구역 재지정이 어렵게 돼 을왕산 복구 사업이 미뤄졌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2006~2012년 인천공항 항공기 이착륙 안전 등을 위해 해발 118m의 을왕산 정상 부근을 깎아 해발 52m로 만들었다. 절토 면적은 56만9000㎡로 산이 흉측하게 변했다. 절토지 등 을왕산 일대 69만㎡(인천공항 부지)는 공사가 매입한 것이다.

해당 절토지는 2003년 경인지방환경관리청(현재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따라 공사가 복구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이 2012~2014년 용유 왕산마리나 조성을 위해 을왕산 절토지에서 토석을 채취하는 조건으로 공사의 복구 의무를 승계했다. 이때 인천경제청이 공사로부터 받은 절토지 환경영향평가 복구 계획서에는 “토석 채취 완료·추가 토석 채취 후 용유·무의 개발계획에 의거해 을왕산을 복구할 계획”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이는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용유·무의 지역 개발사업을 통해 을왕산 절토지를 복구하려는 것을 공사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용유·무의 개발사업이 흐지부지되면서 절토지 복구가 지연됐다.

토석 추가 채취로 을왕산 복구 의무가 생긴 인천경제청은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려 했지만 2013년 용유·무의 에잇시티 사업 무산에 이어 사업시행자 공모를 잇따라 실패했다. 이로 인해 을왕산 일대는 2018년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됐다.



인천경제청은 자체 예산으로 절토지를 복구할 경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산림으로 복구하면 예산만 많이 들고 이용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인천경제청은 2018년부터 복합영상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아이퍼스힐 사업을 통한 복구 방안을 수립했다.

인천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 조감도. (자료 = 인천경제청 제공)
이 사업을 하려면 경제자유구역 재지정이 필요한데 국토부와 인천공항공사의 반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7월부터 심사 중인 을왕산 경제자유구역 재지정 건은 국토부·공사의 동의가 있어야 통과될 수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공사가 제시한 용유·무의 개발계획에 의거해 복구한다는 것은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현재 공사와 국토부가 경제자유구역 재지정을 반대해 환경영향평가 복구계획을 실현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까지 공사와 국토부를 설득해 경제자유구역 재지정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며 “재지정을 실패하면 아이퍼스힐 사업은 무산된다”고 표명했다.

공사측은 “인천경제청이 받았다는 절토지 환경영향평가 복구 계획서는 우리측이 작성한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2018년까지는 용유·무의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이었지만 현재는 해제된 상태이기 때문에 용유·무의 개발계획에 의거해 복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는 “을왕산 복구 의무는 인천경제청이 승계했기 때문에 공사에 책임이 없다”며 “을왕산 부지는 공항 조성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어서 민간에 팔 수 없다. 국토부가 경제자유구역 재지정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는 을왕산 절토지 복구를 시급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을왕산 정상부를 깎아 훼손한지 8년이 넘었다”며 “생태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인천경제청은 복구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