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 “코로나 후 재정 정상화…연금개혁·세수확충 필요”

by이명철 기자
2021.09.30 16:12:29

재정포럼 ‘내년 예산안·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 평가’
“5년간 4대연금 의무지출 344조 증가…구조 바꿔야”
“실효성 있는 재정준칙 논의…세제 개혁 고민할 때”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확장적인 재정 정책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만큼 앞으로 재정 여건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효성 있는 재정준칙 논의와 함께 4대 연금 등 의무 지출 구조를 개혁하고 재원 확보 차원에서 세수를 확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포럼 9월호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평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거시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성장률을 제고하는데 기여했지만 코로나19 위기 극복 이후에는 과도하게 늘어난 재정 적자 규모를 점차 정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2022년 예산안’과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수입은 548조 8000억원, 총지출 604조 4000억원 규모다.

국세 수입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314조 3000억원보다 7.8% 늘어난 338조 6000억원을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와 함께 대외 경제나 국내 자산시장 여건에 따라 정확한 세수 추계가 어렵지만 수입 급증이 예상되는 일부 세목에 대해서는 근거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 부연구위원은 “종합소득세는 (올해) 추경 대비 26% 증가를 전망했고 세입 비중이 높은 법인세도 12.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세수) 전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검증을 통해 향후 전망의 예측 오차를 줄일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8.3% 늘었는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추가 재정 지출 규모가 작았던 만큼 재정 여력이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송 부연구위원은 “경기 회복기에 재정 기조 정상화가 지연된다면 향후 긴급한 추가 재 정 지출 요구가 발생할 경우 대응여력이 악화될 수 있다”며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나라 특수성을 감안해 재정 건전성 강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인구 구조 변화와 복지 수요 증대로 의무 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1~2025년 연평균 의무 지출 증가율은 6.5%로 같은기간 재량 지출 증가율(4.5%)를 웃돈다. 의무 지출과 재량 지출 규모는 올해 266조 1000억원대 291조 9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342조 7000억원대 348조 4000억원으로 거의 비슷해진다.

송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의무 지출 관리방안에 대해 복지제도 개편과 전달체계 개선 등 지출 효율화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도의 추상적인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조세연)


의무 지출을 줄이기 위해선 국민·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4대 연금의 구조 개혁이 필수라고 꼽았다.

송 부연구위원은 “2021~2025년 4대 연금 의무지출 증가 금액은 약 19조 5000억원으로 해당 기간 복지 분야 법정 지출 증가 금액 38조 2000원의 약 51%에 해당한다”며 “4대 연금 구조 개혁이 향후 재정 건전화와 의무지출 관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원으로 GDP대비 50%를 넘어서게 된다. 국채 발행에 따른 공공자금관리기금 이자는 올해 14조 8000억원에서 내년 16조 4000억원, 2025년 17조 8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송 부연구위원은 “국가채무는 코로나19 적극 대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증가했지만 증가 속도가 타 국가에 비해 빠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2026년 국가채무 비중(69.7%) 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7위로 올해보다 8계단 뛸 전망으로 채무 증가 속도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재정준칙 마련과 재정 지출 정상화, 세제 개혁 등을 제시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재정 준칙은 GDP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와 국가채무 비중 60%를 기준으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송 부연구위원은 “국가 위기시 적용을 면할 수 있고 경기 둔화 시 기준을 완화할 수 있어 강제성·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며 “적용 시점을 2025년으로 미뤄 실효성 있는 재정 준칙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정 지출 방향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산업별 불균형 완화와 피해 계층 선별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4대 연금을 포함한 의무지출 구조 개혁 방안, 지출 구조조정과 유사 중복 예산 통합 관리도 필요하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재정 압력을 감안할 때 GDP대비 세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송 부연구위원은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대비 세수입 비중은 26.8%로 OECD 평균인 33.9%와 비교해서 낮은 수준”이라며 “세제 개혁을 통한 세수 확충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지=조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