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느는 중국산車…‘먹튀’ 수입사, ‘방관’ 국토부에 소비자만 ‘분통’

by노재웅 기자
2018.03.06 15:23:12

가성비 강조해 딜러·소비자 유인한 뒤 파산…사후관리 전무
“서류만 갖춰지면…” 국토부 수입차 판매 허가 ‘허점 투성’

동풍소형트럭 C31과 C32. DFSK코리아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국산 1t 봉고트럭으로 자영업 생계를 유지하던 김모씨. 그는 지난해 9월 국산차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중국 상용차 브랜드가 상륙했다는 광고와 언론 기사를 접하고, 오래된 트럭을 대신할 중국산 상용밴을 구매했다. 하지만 구매한 지 고작 한 달 만에 차량 곳곳에서 단차가 발생하고, 잡다한 고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AS를 문의했지만, 공식 지점업체는 없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수입사는 파산 신청까지 했고, 보험사에서는 부품이 없다는 이유로 자차수리 적용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사후관리 담당에 문의했지만, 소비자고발원과 서로 책임 소재를 미루기를 반복하기만 수개월. 김씨는 그동안 생업을 포기한 채 허비한 시간과 비용으로 억울한 마음에 소송 준비를 하고 있지만, 구제받을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 2~3년 사이 활발히 국내 진출을 알린 중국산 자동차의 수입사들이 최근 판매 부진에 따른 영업 중단 및 파산을 신청하는 일이 줄이어 생겨나면서, 사례에 등장한 김씨와 같은 피해 소비자들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AS 등 사후관리가 전무한 것은 물론, 문제를 일으킨 브랜드에 대한 재판매 허가도 구체적인 실사 평가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어 중국산 자동차 수입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판매 부진과 경영 악화를 이유로 파산 신청한 중국 동풍쏘콘(DFSK, 이하 동풍자동차)의 수입사인 DFSK코리아(㈜아르엠모터스)를 상대로 일부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 반환 신청 및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부터 동풍자동차의 국내 공식 판매를 개시한 아르엠모터스가 사전에 영업 중단 및 파산 신청을 계획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영업망 확대와 AS 등 사후관리 책임에 대한 거짓 홍보로 소비자들을 유인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에 거주하는 동풍자동차의 한 고객의 경우 차량 불량이 발생해 영업점으로부터 지정정비업소라는 곳을 소개받아 찾아갔지만, 자신들은 동풍자동차와 관계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또 자차수리 보험처리를 받기 위해 가입한 손해보험회사 연락했으나, 부품을 구할 수 없으니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이에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해 아르엠모터스 측에 항의하고자 했으나, 회사는 이미 파산한 뒤 연락 두절 상태가 된 지 오래라는 게 소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27일 아르엠모터스가 파산 신청을 한 뒤 신원CK모터스가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이데일리의 보도(관련기사: 중국산車 판매 중단 속출..둥펑 수입사도 파산신청) 이후 DFSK코리아의 대표 번호는 연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관계자들을 수소문해 유정록 아르엠모터스 대표의 개인번호로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입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동풍자동차의 한 피해 소비자는 “중국산 자동차의 품질이 많이 좋아졌고, 가성비가 좋다는 말에 구매를 결정했는데 막상 차를 사고 나니 잔고장이 너무 많았다”며 “문제는 이러한 불량에도 본사나 영업점, 보험사, 국토부 어느 한 곳도 나서서 소비자를 구제해주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목숨이 달린 사후관리 문제를 이렇게 소홀히 다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유정록 대표는 지난해 동풍자동차의 공식 판매를 알리는 시기에 맞춰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 포터와 기아차 봉고가 오랜 시간 대세로 자리 잡았던 소형 상용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포부와 함께 연내 30개 이상의 대리점 개장 계획을 밝히는 등 화려한 출발을 알린 바 있다. 대형 정비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전국 어디에서도 편리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결국 거짓으로 끝이 났다.

아울러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르엠모터스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영업 중단 및 파산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스스로 문을 닫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으면서도 ‘먹튀’를 계획했다는 셈이다.

책임 없는 영업으로 피해자를 만든 중국산 자동차 수입사와 함께 자동차 수입판매·제작등록 및 허가를 담당하는 기관인 국토부의 관리 소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토부의 사후관리 담당과 소비자보호원이 파산한 중국산 자동차의 AS 문제를 두고 소비자 구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서로 떠밀기만 반복하고 있다는 게 피해 소비자들의 증언이다.

국토부 사후관리 담당 주무관은 “해당 업체가 파산 절차에 있다보니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해당 업체에 공문을 전달했고, 파산 관제인으로부터 의견을 받았다. 추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발생한 동풍자동차와 관련한 소비자 구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수입사가 동풍자동차의 재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점도 국토부의 인증 절차가 너무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증과 사업 인가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장기적인 국내 판매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토부의 제작자등록 담당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인수하는 업체에서 요구 서류만 다 갖추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답변만을 내놨다.

한편 아르엠모터스에서 파산을 신청한 동풍자동차는 현재 이미 켄보600 등 중국산 자동차를 판매 중인 신원CK모터스에서 판매권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현재 기존 동풍자동차 고객을 대상으로 AS 등 사후관리를 본인들이 책임져주겠다는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