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VS 낮술...정신 못차린 자유한국당

by김재은 기자
2017.05.17 14:27:22

홍준표 전 후보 연일 페이스북 정치..친박 바퀴벌레 비유
홍문종 "낮술 드셨냐" 반발..유기준 "품격 언어 아쉬워"
대선 패배 책임 아무도 안져..정우택, 지도부사퇴 정면반박

[이데일리 김재은 하지나 임현영 기자] 대선에서 패배해 제 1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의 당내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대선 패배의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불과 하루전인 16일 의원총회에서 당통합이 최우선이라고 밝혔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후보는 연일 친박의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홍준표 전 후보는 17일 친박의원들을 바퀴벌레로 치부하며 가증스럽다고 했고, 친박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정우택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통상 대선에서 낙선한 사람은 정계를 은퇴했다”며 홍 전 후보에 직격탄을 날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미국으로 간 홍준표 전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나와 당권이나 차지 해볼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 참 가증스럽다”고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그동안 선거하면서 목이 터져라 하면서 우리가 살아야 당이 산다고 했는데, 바퀴벌레가 탄핵때 어쩌고저쩌고, 제 정신인가. 낮술 드셨나”며 맹비난했다.

이어 “바둑에서 보면 ‘아생 연후에 타살(내가 먼저 살아 남은 다음에 상대를 친다)’는 말이 있다”면서 “저희가 정말로 살겠다고 하는 모습, 변화하고 혁신하는 모습, 하나가 됐다고 하는 모습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고맙다고 말하면 뭣하나. 당원들을 바퀴벌레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태까지 대통령 후보로나왔다가 낙선한 사람들은 대개 자중하거나 정계 은퇴를 했다. 그 점을 잘 인식해주길 바란다”며 비판했다.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도 “(홍준표 전 후보가)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여러 일들, 예를 들면 정치 지도자는 품격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에 맞는 행동도 해야 하는데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며 “홍 전 후보께서 외국에서 있으면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페이스북 통해 계속해서 대선 이후 당내 상황에 이렇게 하는 것은 좋은 모습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의원 또한 “이번 선거 결과는 정부 수립 이후 최악의 보수 대참패”라고 쓴소리했다. 정 의원은 “새로운 혁신적인 교두보를 놓고 고민하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결국 TK자민련의 초라한 몰골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신 바짝 차리고 이제는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사람은 육모 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빠개 버려야 된다. 무참하게 응징해야 한다”며 과격한 표현을 썼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중진회의 간담회에서 이번 대선에서 최대 표차로 진 것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의원은 “노무현 정부 탄핵 때 당이 무너졌을 때 천막당사하고 반성하는 모습처럼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 당이 보수정당으로서 그동안의 부패, 무능, 수구와 결별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저희가 24% 얻은 게 잘한 게 아니다.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보수를 사랑하는 열혈 지지자가 뭉쳐줬고, 보수표를 가져갈 곳이 못해서 반사적으로 얻었다”며 “샤이보수가 아니라 쉐임(shame·부끄러운)보수만 남았다. 강남 서초를 보면 바른정당 후보가 10% 이상 나왔다. 자유한국당이 창피해서 못 찍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이번 선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면 반박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중진의원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왜 패배했는지,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가는지, 나아가 수권정당이 되고자 어떻게 해야하는지 우리가 조금 더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야한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원내대표의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경중완급’이란 말이 있다. 바둑을 둘 때 중한 것이 있고 급한 것이 있으며 급한 것을 먼저 두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하루같이 설익은 업무 지시를 내리고 정책이 내려오고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우리가 문제제기할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원내대표로 해야 할 일은 문재인 정부를 지적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자유한국당은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친박으로 가면 국민과 싸우고, 비박이 이긴다고 한들 친박이 정치권에서 사라질 리 없다”며 “TK 박근혜 위주의 정당으로 확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계속 싸우면서 갈 것이고, 별다른 희망이 없다”며 “(자유한국당을 지지한) 24%의 가치, 메시지를 보면 전부 좌파, 색깔공세로 어르신 표를 얻은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도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 잘하면 내년에 대구경북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TK 극우 대표 정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