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철근 기자
2014.11.18 17:02:54
초대 인사혁신처장에 이근면 전 삼성광통신 대표 내정
능력주의·신상필벌·성과주의 등 공직사회 적용 관심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정부와 공무원 사회 개혁의 총대를 맬 초대 인사혁신처장(차관급)에 삼성에서 오랫동안 인사를 담당해온 이근면(62·사진) 전 삼성광통신 대표가 발탁됐다. 이 처장은 이날 단행한 장·차관급 인사 가운데 유일한 민간 출신이다. 그가 삼성식으로 공직사회에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신임처장은 삼성그룹 내에서도 대표적인 인사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성균관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6년 삼성그룹에 입사, 옛 삼성코닝정밀유리와 삼성SDS(018260), 삼성종합기술원 출범에 참여하면서 인사관리의 초석을 닦았다. 이후 삼성전자(005930) 글로벌마케팅연구소장과 정보통신총괄 인사팀장(전무)를 거쳐 2009년 삼성광통신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인사업무를 담당하면서 수평적이고 유연한 인사관리를 위해 현재 연구직군에 적용하고 있는 ‘선임-책임-수석’의 직제를 도입했다. 현재 삼성은 일반직군에서도 ‘선임-책임-수석’ 등의 직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의 연봉제 도입과정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도 한국기업경영학회와 한국노사관계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기업인과 교수들에게 인사조직관리 관련 강의를 할 정도로 인사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1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됐다. 당시 마르퀴즈 후즈 후에 기술이나 과학 분야의 인물이 아닌 인사(人事)분야에서 업적을 인정받아 등재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능력 중심의 ‘성과주의’와 ‘신상필벌’로 대표되는 삼성의 인사시스템을 공직사회에 적용할지가 최대 관심이다. 삼성은 탁월한 업무성과를 나타낼 경우 ‘발탁’, ‘대발탁’이라는 제도를 통해 승진연한과 관계 없이 승진혜택을 부여한다. 하지만 성과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건·사고와 연관이 있을 때에는 경질 등 단호하게 내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임원인사에서는 고졸 제조직으로 입사했던 당시 김주년 삼성전자 부장이 신기술과 신기능을 적용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해 삼성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연한보다 2년 앞서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3를 비롯해 스마트폰 디자인 부문의 탁월한 성과를 보였던 이민혁 상무도 지난 2011년 불과 38세의 나이에 임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2011년 6월과 지난해 8월에는 각각 오창석 전 삼성테크윈(012450) 사장과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각각 내부비리와 물탱크 사고로 경질되는 등 확실한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누구에게나 입사의 기회를 주는 ‘열린 채용’ 원칙을 적용해 신규채용인원의 35%를 지방대 출신으로 선발하는 등 앞선 인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공직사회에는 관피아 척결, 공무원 연금 개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기업과 공직사회의 다른 문화때문에 삼성식 인사시스템 적용이 힘들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공직인사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기대한다는 청와대의 설명처럼 이 신임처장이 폐쇄적인 공직문화 해소를 위해 강한 혁신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삼성 출신 인사를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발탁한 것은 연공서열과 호봉제에 익숙한 공무원 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며 “삼성이 외부 인사 영입에 개방적인 것처럼 공직사회도 외부 인사 영입 확대 등 근본적인 조직문화가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