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미경 기자
2024.06.10 18:26:58
잘 익은 토마토
오형석|288쪽|벼리커뮤니케이션
등단 이후 처음 펴낸 산문집
일상의 사소함, 삶의 의미 짚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온라인 쇼핑몰을 즐겨 찾는 ‘열혈’ 이용자라면, 잘 알 터다. 집 안 곳곳에 널린 게 택배 종이박스다. 한꺼번에 분리수거 하려면 꽤 고되다는 것.
시인 오형석의 시선은 다르다. 종이박스는 ‘관계’란다. 오 시인에 따르면, 얇은 골 종이들이 외부 충격을 흡수하되, 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붙들고 있다는 것. 그는 “종이박스는 물건을 위해 기꺼이 제 몸을 네모반듯하게 접었다”며 “박스에는 물건만 담겨있는 게 아니었다. 박스는 ‘관계’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통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 ‘잘 익은 토마토’(벼리커뮤니케이션)에는 오 시인의 이 같은 혜안이 가득 담겨 있다. 시인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일상의 사소한 경험에서 얻은 깊은 사색의 결과물이다.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사물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삶에 스며들어 관계를 맺는지, 그 과정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