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관계의 ‘살아있는 화석’ 졌다”…中도 키신저 별세 조명
by이명철 기자
2023.11.30 15:08:20
키신저 전 국무장관 사망, 中 현지매체 일제히 보도
‘핑퐁 외교’로 유명, 시진핑도 “오랜 친구”라며 환대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미국 외교계의 거목이었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중국과 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키신저 전 장관의 사망을 두고 중국 언론들도 일제히 보도하며 그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있다.
|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20일 베이징에서 중국을 방문한 고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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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중국 중앙TV(CCTV), 환구시보,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키신저 전 장관이 10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십수년간 미국 국무장관을 역임한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일명 ‘핑퐁 외교’를 통해 중국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인물로도 유명하다. 이듬해인 1972년 당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공산당 주석이 만나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중 수교 기초를 닦았다.
CCTV는 키신저 전 장관에 대해 “중·미 관계 발전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活化石)으로 불린다”며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공식 방중을 성사시켜 세계를 뒤흔든 ‘태평양을 넘어서는 악수’를 이뤄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신문망은 키신저 전 장관 중국을 100차례 방문한 ‘중미 관계의 증인’이라며 “정치 생애 동안 중미 관계에 걸출한 공헌을 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그는 한때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적극 홍보했다”며 “베트남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미국의 협상을 완료하고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미국과 소련간 권력 관계를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키신저 전 장관에 대한 중국의 예우는 최근에도 드러났다. 미국은 올해 중국과 대화를 모색하기 위해 고위급 인사들을 내보냈는데 키신저 전 장관도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 고위급과 만나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시 주석은 키신저 전 장관을 환대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시 주석은 키신저 전 장관을 두고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그의 역사적 공헌을 잊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키신저 전 장관이 미·중 관계 형성에 중추적인 인물이었다며 리처드 닉슨부터 도널드 트럼프까지 많은 대통령들이 베이징과의 섬세한 외교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전했다.
스티브 올린스 미·중 관계위원회 위원장은 SCMP에 약 5주 전 위원회 행사에 참석한 키신저 전 장관에 대해 “양국간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려는 그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회상하며 “우리는 그의 지혜와 현명한 조언, 그의 의지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키신저재단의 로버트 달리 윌슨센터 중·미 연구소장은 “(키신저 전 장관은) 마지막 거인 중 한 명이고 세상을 변화시킨 관계의 건축가 중 한 사람”이라면서 “그는 말년에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의 기로에 서 있다고 경고했고 경각심을 느꼈으며 초강대국간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지치지 않고 노력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