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 팬택, ‘1000만원’에 매각…역사 속으로
by정병묵 기자
2017.10.26 14:43:49
| 팬택 옛 상암동 사옥. 지난 4월 한샘에 매각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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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한때 연매출이 2조원에 달하며 ‘국내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렸던 팬택이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속된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공중분해 수순을 거쳐 결국 매각에 이르렀다.
26일 쏠리드(050890)는 종속회사 에스엠에이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팬택을 케이앤에이홀딩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과 동시에 케이앤에이홀딩스는 팬택의 경영권과 부채를 전부 인수하게 된다. 매각대금은 불과 1000만원이다.
에스엠에이솔루션홀딩스는 지난 2015년 법정관리 상태였던 팬택을 인수하기 위해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그동안 신제품 출시와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 시도 등 팬택 회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지속된 경영악화와 늘어난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최종적으로 매각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팬택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부채규모는 약 1100억원에 달한다.
지배회사인 쏠리드는 “팬택의 악화된 경영상황으로 인해 쏠리드 주주와 채권자 및 잠재 투자자가 팬택과의 재무제표 연결분리를 지속 요청해온 상황으로 매각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또한 “파산신청이나 청산형 법정관리보다는, 팬택 법인을 유지하면서 특허수익화 사업 등을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휴대폰 AS사업을 지속하고 채무변제를 해나가는 것이 쏠리드뿐 아니라 기존 팬택 고객과 채권자에게 가장 유익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케이앤에이홀딩스는 작년 설립된 특허수익화 전문 회사다. 팬택 경영권(보유지분 100%) 및 팬택 보유채권에 더불어, 현재 재직 중인 구성원의 고용을 승계하여 신규사업 모색하고 휴대폰 애프터서비스(AS), 특허수익화 사업 등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향후 발생하게 될 특허수익을 활용하여 우선적으로 팬택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임금채권 및 상거래채권 등 채무를 변제해 나가게 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팬택이 공중분해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지난 11일 쏠리드는 우리넷과 팬택의 사물인터넷(IoT)용 통신모듈 부문에 대한 자산 양도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에서 그나마 쓸 만한 사업을 매각한 상태. 케이앤에이홀딩스는 남은 팬택의 특허를 매각하는 수순으로 갈 예정이다.
지난 1991년 자본금 4000만원과 직원 6명으로 설립한 팬택은 한국 벤처의 신화와 같은 존재였다. 무선호출기를 제조해 수출하다 2000년 초반 휴대폰이 히트하면서 자사보다 규모가 컸던 현대 ‘큐리텔’을 인수, ‘팬택 앤 큐리텔’을 출범했다. 그러나 팬택 앤 큐리텔은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2005년에는 ‘스카이’ 브랜드로 유명한 SK텔레텍을 SK텔레콤에서 인수했다. 인수 후 사명을 ‘SKY텔레텍’으로 변경했지만 2007년 상장폐지와 함께 1차 워크아웃을 겪게 된다.
2010년 팬택은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한 뒤 ‘베가’ 시리즈 같은 성공작을 내면서 부활했다. ‘베가 레이서’의 경우 150만대나 판매되기도 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뛰어든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LG전자의 약진으로 경영난이 또 불거졌다. 2차 워크아웃을 거쳐 2015년 옵티스-쏠리드컨소시엄과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9월 900여명의 직원 중 400여명을 권고사직하고 11월에 법정관리를 졸업, 쏠리드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재도약을 다짐했다. 그러나 2016년 4월에는 약 500여명 가량인 현재 임직원들의 절반을 구조조정하는 아픔을 겪었다.
작년 신제품 ‘스카이 아임백’을 출시하며 부활을 노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지난 4월에는 회사의 상징이었던 상암동 사옥이 한샘(009240)에 매각됐으며, 8월에는 김포시 공장 및 직원 아파트를 경매에 넘어갔다. 현재 팬택에 남은 직원은 35명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