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차 과세 강화 100일]법인차 반납하는 임원들 늘었다
by김형욱 기자
2016.04.06 17:24:22
고가차 혜택 줄어.. 업무전용보험·일지작성 부담
깐깐한 운행일지 요구에 법인차 이용 불편 호소도
[이데일리 김형욱 신정은 기자] 서울 강남의 자영업자 A씨(65)는 부인·아들 모두 A씨가 운영하는 법인용으로 자동차를 구입, 사적으로 이용해 왔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올 초 아들의 자가용 한 대는 법인차 등록을 취소했다. 가끔 일손을 돕는 부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회사에 다니는 아들까지 임직원에 등록하는 게 찜찜해서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B 임원은 최근 법인차를 회사에 반납했다. 세제혜택 기준인 1000만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 회사에서 본인이 부담을 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 B 임원은 “집에 있는 개인차를 타고 다니면서 회사가 지원하는 차량 지원금을 받는 것이 오히려 더 이익이다”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법인차 세제혜택 축소 관련 전문가 토론회 모습.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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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여 동안 실제 법인차의 사적 남용은 줄어든 분위기다. 1분기 고가 수입차 판매 감소가 이를 보여준다. 이전까진 가족 등이 스스럼없이 법인차를 이용하거나 사적으로 고가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사서 이용해왔다는 걸 생각하면 분명히 ‘제약’으로 작용한 셈이다.
법인에 소속돼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어차피 세제혜택 대상 금액(연 감가상각비 최대 800만원 미만)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허점도 있었다. 가족 상당수가 임직원으로도 있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특성에 이 같은 규제가 통용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부친 법인 명의의 1억원대 고급 스포츠 세단을 타는 B씨(직원 3명 소기업 대표·33)는 “아직 회사 사정이 넉넉지 않아 일단 아버지 법인의 직원으로 등록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은 계속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가 법인차의 사적 이용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는 듯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외근이 잦은 직원의 경우 회사의 깐깐한 운행일지 요구에 법인차 이용이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1000만원대 준중형 세단 현대 아반떼를 법인용 차로 운영하는 A사 영업직원 B씨는 “총무팀에서 외근 나갈 때마다 일지를 요구해서 불편하다”며 “보통 하루에 대여섯 곳씩 다니는데 이를 일일이 적고 있자니 일이 또 하나 생긴 셈”이라고 불평했다.
정부는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인차 운영비를 연 1000만원 미만으로 제한했다. 여기엔 차량 감가상각비와 자동차세, 보험, 정비비용, 유류비가 모두 포함된다. 이를 넘기면 일지를 작성해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격대가 낮은 대중 법인차의 경우 감가상각비나 세금, 보험 등은 크게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회사로서는 정비비용이나 유류비가 예상보다 많이 나와 1000만원이 넘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조건 직원의 일지 작성을 독려하고 있다.
1000㏄ 이하 경차나 9인승 이상 승합차 등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올 들어 대부분 회사의 법인차를 이용하는 외근직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법인용 리스·장기렌터카 업체도 법인고객(사)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AJ·SK렌터카 등은 저마다 운행 일지를 자동으로 작성하고 출력할 수 있는 법인차량 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자동으로 일지를 기록해주는 각종 제품과 서비스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롯데렌탈(롯데렌터카) 관계자는 “최근 법인고객(사)로부터 세제 혜택과 관련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고객 안내문 등을 통해 변화된 내용을 안내하고 있지만 새 법 시행 초기인 만큼 당분간은 실제 법인차 이용자가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