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삼성·SK, 중고 반도체장비 中에 안 판다

by김정남 기자
2024.03.12 16:30:50

FT "삼성·SK, 중고 반도체장비 中 판매 대신 보관"
對中 수출 통제 여파…업계 "美 지침 따를 수밖에"

[이데일리 김정남 최영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노후 반도체 장비 판매를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발을 맞춰달라는 미국의 압박 때문이다.

(사진=로이터)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복수의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중고 반도체 장비를 파는 대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이들의 조치는 미국의 반발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생산 공정을 고도화하면서 불필요해진 노후 장비를 중고로 판매해 왔다. 반도체 업체들은 중고 장비의 판매, 보관, 폐기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가전과 자동차 등에 쓰이는 구형 반도체 수요가 높은 중국 쪽에 대거 팔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2년을 기점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판매 대신 보관 쪽으로 선회했다. 리소그래피(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공정) 장비 등은 10년 이상 지났다고 해도 보수를 거치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미국 와드와니 AI·첨단기술센터의 그레고리 앨런 소장은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장비가 SMIC, YMTC 등 미국 제재를 받는 중국 반도체 업체에 들어간다면 한미 관계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두 회사는 말을 아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 등 지원책 카드를 검토하는 상황이어서, 한국 업체들 입장에서는 미국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이 미·중 지정학 갈등이 없었을 때는 노후 장비를 중국에 팔곤 했다”면서도 “지금은 민감한 시기이니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