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추방·무역분쟁…파국 치닫는 인도·캐나다 무슨일?

by김영은 기자
2023.09.20 16:53:08

‘시크교도 사망’ 문제, 양국 외교관 ‘맞추방’ 갈등
“FTA 이어 EPTA, 연기금 투자도 냉각 위험”
동맹국-인도 연결하려던 美 인·태전략 난국 예상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최근 캐나다 국적 시크교도 사망 사건의 배후로 인도 정부를 지목해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외교관 맞추방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중단까지 외교는 물론 통상 부문으로도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사진=AFP)


인도계 캐나다인인 시크교 분리주의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는 지난 6월 18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시크교 사원 밖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인도 펀자브 지역 독립국가 형태의 시크교 본국을 지지하는 니자르는 2020년 7월 인도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인물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니자르 사망의 배후로 인도 정부를 지목하며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장관에게 문제를 제기했으며 주캐나다 인도 외교관을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 역시 니자르의 사망과 관련한 트뤼도 총리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며 살인 사건과 정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도 주재 캐나다 고위 외교관을 추방한다고 선언했다.

양국은 지난해 3월 FTA를 10년 만에 재개했으며 5월에는 자동차·농업·정보기술 분야에 초점을 맞춘 조기진전무역협상(EPTA)을 검토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탈중국을 도모하는 트뤼도 총리가 추진한 경제 협력 다변화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달초 G20 정상회의에 앞서 양국은 FTA를 잠정 중단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인도는 캐나다의 특정한 정치적인 발전에 불만을 표했고 당분간 이러한 정치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우리는 협상을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의 고위 관리도 “양국간 FTA협상이 정치적 우려 때문에 중단됐다”고 했다.

양국 관계 경색은 무역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타와 칼튼 대학교의 비벡 데헤지아 경제학 교수는 19일 블룸버그통신에 “양방향 재정 연결이 매우 강력하다”며 “(최근) 외교적 행보는 양국 간의 투자 흐름에 ‘냉각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캐나다와 인도 간 투자는 지난해 기준 362억캐나다달러(약 35조원)로 약 4년 만에 37% 늘었다. 캐나다 최대 공적 연금 운용사들은 앞서 재생 에너지·인프라·은행 등 인도 기업과 프로젝트에 수십조원을 투자했다.



캐나다 최대 연금 운용사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기금(CPPIB)은 작년에만 인도에 210억캐나다달러(약 27조원)을 투자했다. 퀘벡주 연기금(CDPQ)은 지난해말 인도에 80억캐나다달러(약 7조원)를 투자했다. 온타리오 교원 연기금(OTPP)은 최근 30억 캐나다달러(약 2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들 3대 기금은 총 1조2000억캐나다달러(약 1185조원) 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사다.

블룸버그는 국가 간 싸움이 격화되면 이들 기금이 투자한 프로젝트의 잠재적 이윤도 둔화되고 투자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측도 캐나다-인도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자 갈등 조정에 나섰다. 북미 동맹관계인 캐나다와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 파트너’ 인도의 충돌이 대(對)중국 체제에 불리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최근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와 각별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랜기간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유지한 인도를 위해 G20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때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는 노력도 보였다.

에이드리안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최근 “미 정부는 캐나다 총리가 언급한 혐의에 대해 ‘깊이 우려하는’(deeply concerned) 상황”이라며 “캐나다 조사가 진행될 동안 (총을 쏜)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인도의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대해 인도와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인도를 막 떠난 바이든에게 (지금 갈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랜드코퍼레이션의 데릭 그로스맨 수석 국방분석가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캐나다 총리의) 폭탄 발언으로 승산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만약 캐나다의 편에 선다면 인도는 무기를 들고 다시 한번 미국의 충성심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그렇다고 인도 편에 선다면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캐나다)과 대치하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해결책이 없으면 양국의 분쟁은 상호 무역 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보류 중인 양자 회담부터 양국 군대 간 통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이는 바이든이 각각의 파트너 국가로부터 더 큰 결속력을 추구함에 따라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