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 회의' 후폭풍…與 "배부른 밥투정"·野 "당 차원서 대책 마련"

by경계영 기자
2022.07.25 15:50:45

전날 전국 경찰서장 회의…警징계 반발
경찰 출신 與의원, 기자회견서 "부적절" 지적
野 "임명 안 받은 후보자가 징계 조치 불가"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를 놓고 여야가 맞붙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25일 긴급 기자회견까지 소집하며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경찰 측을 비판하자 즉각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찰국 설치를 ‘경찰 장악 의도’로 규정하고 이를 막기 위한 대책기구를 구성해 당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선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렸다. 이 현장에는 전국 총경급 경찰관 총 190명가량이 자리했다. 회의 직후 전체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대기발령 조치되고 참석자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면서 경찰 측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날 오전 국민의힘에 소속된 경찰 출신 윤재옥·김석기·이철규·이만희·김용판·서범수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경급 경찰관의 집단행동은 참으로 우려되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본연의 업무수행에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이들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는 검사 모임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지만 지휘부 지시를 어긴 경찰관의 집단행동에 대해 ‘조직구성원으로서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며 경찰과 국민을 선동한다”며 ‘내로남불’ ‘후안무치’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총경급 경찰관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컸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 혈세로 월급 꼬박꼬박 받는 이들의 배부른 밥투정으로 보인다”며 “청와대가 밀실에서 정권 입맛에 맞게 인사권을 행사할 땐 침묵하더니 인사지원부서를 만든다고 장악을 운운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누가 봐도 선택적 분노이자 정치 규합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경찰이 입고 있는 제복은 개인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헌신과 봉사의 의무를 나타내는 것임을 잊지 말라”며 “지금까지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제청해온 것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경찰이 혹여 과거 정부에서 밀실 하명에 따른 달콤한 대가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경찰은 특권 의식에 싸여 조직 이기주의를 내세우지 말고,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며 경찰 장악 대책 기구를 원내 TF에서 당 차원 기구로 격상·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경찰들이) 회의 한번 했다고 바로 현장 치안을 책임지는 서장을 해임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임명도 받지 않은 청장 후보자가 이런 권한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윤석열 정권의 경찰 장악 음모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검찰 개혁 과정에서 검사들이 평일 근무시간에 직급별 회동을 열고 집단 표명을 이어갔을 때 이를 한없이 옹호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전국 경찰서장이 주말을 이용해 회의한 것에 온갖 탄압하는 모습이 이중적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이 경찰을 상대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모습에 참담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진행된 민주당 경찰장악저지대책단 1차 회의에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발언을 보면 경찰을 손에 쥐고 길들여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대로 수사가 진행되길 바라는 내용이 보인다”며 “윤희근 내정자는 진정한 경찰이 아니고, 거취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도 “해산 명령은 직무와 관련됐을 때 발동할 수 있는 권한으로 휴일에 총경이 개인 자격으로 의견 나누는 자리에 대해 청장이 직무상 명령을 발동할 수 없기에 그 자체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윤희근 후보자는 누가 이런 지시를 했는지 밝히고 용퇴하는 것만이 경찰조직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마지막 선택”이라고 봤다.

경찰청이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내부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강학선 청주청원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이 경찰국 설치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